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디스플레이산업협회 결성이 사실상 좌초된 가운데 장비·재료업체들이 주축이 돼 ‘평판디스플레이 장비·재료협회(가칭)’를 따로 결성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평판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및 재료, 부품업체 30여개사가 주축이 돼 협회를 결성키로 하고 산업자원부 관계자와 잇따라 접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이르면 10월 발기인 대회를 개최하는 등 연내 협회를 정식 발족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논의가 무성했던 디스플레이산업협회 결성과 관련, 일단 소자업체의 참여는 유보한 채 장비·재료업체가 먼저 전문협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결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지난해 LG필립스LCD 협력업체 30여개사가 주축이 돼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결성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협회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가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삼성과 LG 모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협회 결성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에 못지 않게 국가 전략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업계를 대변할 대표조직이 없어 면세혜택 등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이 기획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패널업체들의 참가가 어렵다면 장비·재료업체들부터 이에 대응하고, 향후 패널업체들의 참여를 권유하자는 쪽으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대만·일본 등 경쟁국가에서는 이미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결성돼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이어서 우리나라에도 관련협회가 결성된다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향후 패널업체가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장비·재료업체들이 협회 결성을 신청해 올 경우 허가를 적극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가 출범하더라도 디스프레이연구조합·반도체산업협회·전자산업진흥회 등 그동안 디스플레이산업 지원사업을 펼쳐온 다른 조직과 상당 부분 업무가 중복될 것으로 보여 역할분담의 문제는 우선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반도체산업협회도 초기에는 장비·재료협회로 출범해 향후 소자업체들이 참가하고 협회 산하에 연구조합이 귀속되는 과정을 밟아왔다”며 “일단 협회가 구성되면 이와 관련한 각종 불협화음을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