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기업들 개점 휴업

 바이오벤처기업들이 회사설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며 개점휴업 사례가 늘고 있다.

 600여개의 바이오벤처기업 가운데 제대로 활동중인 기업은 코스닥 등록기업 외에 100여개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혈액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개발한 바이오벤처기업 A사는 제품개발에 2년의 시간을 투자한 이후 최근 2년 동안 제품허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면서 총 4년간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

 제품을 만들고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 회사는 최근 직원 월급을 못 주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바이오칩 개발을 전담했던 연구팀장이 사직했고 칩 허가를 진행했던 인물도 회사를 떠나면서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자리를 옮겼다.

 용인에 위치한 바이오벤처기업 집적시설인 바이오메드파크도 개점휴업을 넘어 해체위기에 놓였다. 바이오벤처기업간 요소기술을 바탕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던 바이오메드파크는 주체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사실상 해체절차를 밟고 있다.

 대학교수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신 연구원들이 창업한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부터 겸직시한이 끝난 교수와 연구원들은 대부분 학교와 연구소로 복귀하고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립됐던 회사에 대표 연구자가 빠지면서 연구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소형 바이오벤처협회 사무처장은 “바이오벤처기업 중 폐업신고만 하지 않았지 기업활동을 못하고 있는 벤처가 상당수”라며 “투자시장 위축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몇 기업들은 연구성과를 낸 후에도 제품의 시장진입에 필요한 각종 규제와 허가, 판매망 확보 등 개발 이후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소에서 시작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기업 생태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벤처 컨설팅사인 인큐비아 정성욱 사장은 “코스닥 등록으로 자금을 확보한 기업 외에 연구중심 기업들의 대부분은 공황상태에 놓였다”며 “정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기업은 근근이 유지하던 벤처기업들이 기업 운영의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연구중심의 인수합병(M&A) 등의 우량화 및 체질개선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바이오산업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