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은 할인점, 수입가전은 백화점, 국산가전은 전문점에서….’
전자제품 전문점과 할인점 및 백화점 등 유통 채널별로 주력 가전 상품군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는 채널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상품은 집중 투자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상품은 매장에서 과감히 철수시키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가전 시장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유통 채널별로 주요 소비자 이용계층이 갈리고 기호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가전매장은 이미 취급상품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올해 들어 최악의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이들 유통 채널은 가전 매출도 유난히 심각한 수준이다. 올 초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50% 수준에 그친 점포도 대다수였다. 하반기 역시 가전제품 매출의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잘 나가는 상품 취급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의 경우 대형 고급가전 판매가 크게 위축됐다. 반면 중저가 프로젝션TV와 다리미·전동칫솔 등 유명 브랜드 소형가전 판매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까지 할인점 가전 매출의 30∼40%를 차지한 소형가전의 비중이 올해는 40∼50%가 될 전망이다. 이마트 이돈형 부장은 “냉장고·에어컨 등 대형가전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대폭 하락하고 판매량도 부진한 반면 소형가전 판매는 꾸준한 편이라 품목과 브랜드를 확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국산 에어컨과 냉장고 등 백색가전 중저가 제품이 거의 판매되지 않아 매장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다. 고급가전 중에는 수입가전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뿐이다. 월풀·AEG 등의 수입 냉장고는 이미 자리를 잡아 꾸준한 판매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입 세탁기를 찾는 수요가 늘어 취급 브랜드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김선준 과장은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수입가전의 수요는 꾸준하지만 국산가전, 특히 소형가전은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많이 위축됐다”며 “수입 냉장고에 이어 조만간 외국의 유명 수입 세탁기 취급 브랜드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분당 삼성플라자도 가격경쟁이 치열한 중저가 제품군은 아예 취급을 못하고 있으며 몇몇 수입 브랜드만 예년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전자 전문점은 중산층을 타깃으로 해 국산 디지털 가전 중심으로 취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하이마트 측은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저가에서 고가 가전까지 모든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특히 중산층을 겨냥한 중저가 위주의 국산 디지털 가전제품 프로모션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