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밴드>
윤도현에게 질질 따라다니는 수식은 주지하다시피 ‘월드컵 가수’란 말이다. 그러한 인식이 딱히 틀리지 않는 것은 작년 월드컵을 수놓은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을 통해, 전에는 그를 모르던 할머니와 아이들까지 윤도현이란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분명 월드컵은 그를 국민적 가수로 비상시켜 주었다. 그것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영광’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월드컵 가수라는 레테르가 부담스럽다. 자신의 스타덤이 월드컵이란 특수한 시점의 반복된 광고에 힘입은 것이지, 순수한 록그룹 혹은 그 음악으로 떠올랐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가 원하는 ‘음악적 현상’은 아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윤도현의 인기를 시샘하는 일각에서는 “윤도현의 대중적 히트곡은 ‘오 필승 코리아’밖에 없다”고 조롱조로 말하기도 한다.
또한 신기했던 것은 그토록 ‘오 필승 코리아’가 록의 외침을 담고 있었음에도 지난해 호응을 얻었던 곡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한 발라드 ‘사랑 Two’였다는 점이다. 그가 바란 호쾌한 록밴드 스타일의 곡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오 필승 코리아’의 열풍을 이어가 그것과 같은 록의 포효를 담은 곡이 부상했어야 맞다. 그러나 대중들은 월드컵의 신나는 응원열기 때나 그랬지, 막상 가수 윤도현으로 돌아와서는 그로부터 시끄러운 록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윤도현은 올 상반기에 새 앨범을 구상하면서 ‘록밴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막바지 녹음작업을 할 때 만난 그는 “이번 앨범에는 발라드가 단 한곡도 없다”면서 주변에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윤일상의 곡을 2곡이나 수록하면서 대중의 귀를 맞추려는 조정을 기했지만 애초의 기본은 “록밴드로 가자!”였다. 당시 그는 “이번 앨범으로 아줌마 아저씨 팬들은 떠날 수도 있지만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또 하나, 윤도현은 월드컵 때 밴드 멤버들에게 미안했다. 그가 오래 전부터 확립해온 윤도현밴드가 아닌 윤도현 개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윤도현밴드’라는 것을 강조하고 그 줄임말인 ‘윤밴’을 입에 달고 다닌다. 신보 제목인 ‘YB 스트림’에서 YB는 말할 것도 없이 윤밴이다. 윤도현밴드는 신보를 내자마자 지체없이 장기공연에 돌입했다. 그것 역시 밴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려는 행보다.
윤도현밴드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 음악환경에서 ‘록밴드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한다. 강한 록 넘버를 내놓으면 라디오에서부터 수월하지가 않다. 때문에 과거부터 유명한 록그룹이라고 해도 히트된 곡을 보면 대부분 발라드, 록발라드였다. 적어도 타이틀곡의 경우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의 강렬한 연주 하모니는 감춰야 했다.
윤밴의 이번 타이틀곡 ‘잊을게’는 파워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발라드도 아니다. 댄스 분위기에 가깝다. 중간지점의 타협이다. 윤도현밴드는 방송홍보는 그렇지만 라이브에서는 진면목인 록밴드의 파워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를 것이다. 윤밴의 선전을 기대한다. 록밴드의 전형, 그 광기와 아우성을 기대한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