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15)여름방학에 애니메이션 즐기기!

 여름방학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기간이다. 어른들에게는 과다한 봉사를 요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다소 어려운(?) 나날들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요즈음에는 볼 것도, 놀 것도, 할 것도 많이 있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꺼리라는 것이 별반 없었다.

 80년 여름, 나는 꽤나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대원C&A홀딩스(옛 대원동화)에서 만든 ‘영구와 땡칠이’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재규’ 감독의 ‘쉬리’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 영화의 비공식적인 관객동원 1위는 ‘영구와 땡칠이’로 알고 있다. 물론 제대로 된 배급망이 아니라 전국 시민회관 등으로 배급되었기도 했고 전산시스템이 지금처럼 자동화되어 있던 것도 아니라서 이 같은 견해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그 당시 ‘영구와 땡칠이’의 관객동원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나 또한 애니메이션 연출을 잠시 멈추고 영화가 상영중이던 광화문 시민회관에서 아이들에게 자료와 사은품을 나눠주며 홍보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안(호흡을 멈추고), 투(약간의 침을 내뱉으며), 안, 투, 쓰리, 포, 띠리리리리리(두손을 가슴에 모아 돌리며)∼”로 시작되는, 문자로는 표기하기조차 힘든 이 과장된 말과 행동은 그 당시 아이들 중에 한번이라도 따라 해보지 않고 지나쳐버린 아이들이 있을까 한다. 나 역시 그 후 개인기로 꽤 했던 것 같다.

 워낙 TV에서 히트를 친 개그 프로여서인지는 몰라도 개그맨 ‘심형래’는 농익은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고, 작품에 출연했던 X개는 땡칠이로 일반명사화(?)까지 되었다. 그리고 다수의 개그맨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그 이후에도 많은 아류작품들을 만들어냈고, 내가 몸담고 있었던 회사와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적절한 예산과 타깃 설정, 세일링 포인트, 그리고 타이밍 등 마케팅 책에서만 보았던 그런 이론을 현실에서 체득하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후에 내가 진행하는 모든 작품과 사업에는 이런 자료들이 표본이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속된 표현으로 “저속하다”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이 작품이 시사했던 점은 이처럼 많았다.

 올해에도 ‘오세암’ ‘니모를 찿아서’, 한국형 블록버스터급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원더풀 데이즈’, 지브리스튜디오의 ‘고양이의 보은’ 등 꽤나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상영되고 있다. 또 오랜만에 ‘남기남’ 감독의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도 있고, 관객동원도 꽤 되고 있는 것 같아 입가에 나도 모를 웃음이 띄워진다. 감독님, 파이팅!!!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어떤 잣대로 성공이라는 말을 표현할지는 모르지만 수입사나 혹은 제작사, 배급사 등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작품은 무엇일까? 또 아이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알아내어 마케팅을 제대로 한 작품은 무엇인가?

 항상 돌아오는 여름방학, 올 여름에는 ‘SICAF 2003’ 개막작으로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해머보이 망치’가 상영된다는데…. 올해는 참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풍년이다. 아이들의 수많은 환호성이 들렸으면 한다.

 

 김승욱·대원디지털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