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함께 ‘리니지2’를 즐기고 있어요. 사내에서만 이영일 이사(남편)를 포함해 총 11명이 함께 혈맹도 만들었어요. 물론 제가 군주예요. 호호.”
한국을 대표하는 모바일게임 업체인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28)은 온라인게임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온라인게임 골수 마니아다. 현재 ‘리니지2’에서 키우고 있는 캐릭터는 휴먼 마법사.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데다 집에서만 짬을 내 하다보니 레벨은 이제서야 1차 전직을 앞두고 있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박 사장은 지난 2년간 ‘에버퀘스트’에 심취해 ‘클레릭’ 캐릭터를 당시만해도 최고의 레벨인 65레벨까지 키운 경험이 있다. 50∼60명이 역할을 분담해 협력해야만 잡을 수 있는 ‘엠페러’ 같은 대형 몹을 길드원들과 함께 수도 없이 잡아본 베테랑 ‘클레릭’이었다. 특히 그녀는 당시 함께 어울릴 길드를 찾기 위해 서버를 2번이나 옮길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그녀가 온라인게임을 접한 것은 회사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남편과 같은 회사에 있다보니 집에서도 일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일을 떠나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온라인게임을 시작했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고 취미 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게임에 빠져 푹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면 몸이 피곤해 정신을 못차릴 때도 있지만 직접 게이머로 활동해 봄으로써 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됐다”며 게임 예찬론을 펼친다.
박 사장이 가장 먼저 꼽은 소득은 게임 내에서 길드 활동을 하면서 회사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것. 그녀가 게임 내에서 활동하던 길드의 인원이 컴투스 전체 직원(40명)보다 훨씬 많은 70명에 달하다보니 공동체의 이익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길드의 규칙이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그녀는 또 직접 게임머로 활동해 보면서 게임에 대한 안목이 높아진 것이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귀띔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작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사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알게 모르게 기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함께 ‘리니지2’를 시작한 한 개발자는 벌써 35레벨을 달성할 정도로 게임에 빨리 적응하는데 그가 개발한 게임은 밸런스와 완성도가 뛰어나다”며 “아무래도 유저 입장에서 많이 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자랑한다.
또 직원들과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는 ‘꺼리’가 생겨난 것과 게임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직원들의 성향을 알게 된 것을 함께 온라인게임을 즐기면서 얻게 된 부수적인 효과로 꼽았다.
그렇지만 박 사장은 자신은 물론 전직원들에게 사내에서는 게임을 금지했다. 점심시간이나 일과를 마친 후에 잠시 할 수는 있겠지만 몰입도가 깊은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자칫하면 일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 사장이 다른 회사가 만든 게임에 푹 빠져 있다고 하면 다소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이같은 게임에 대한 열정은 그녀가 개발하는 모바일게임에 그대로 녹아들면서 컴투스가 유난히도 많은 히트작을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