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전 직원 앞으로 한통의 e메일이 날아왔다.
고현진 KIPA 원장 명의로 된 이 e메일은 그날 오전 한 직원이 전체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답글이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e메일에는 직원이 쓴 메일 내용에 대한 고 원장의 개인적인 의견과 함께 직원들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고 원장의 메일에 다시 직원들의 답글이 꼬리를 이었고 그날 하루 진흥원에는 ‘소리없는 토론’이 계속됐다.
사상 최초로 민간기업 CEO를 수장으로 앉힌 소프트웨어진흥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장이 앞장서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면서 상하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있는 것. 관 조직의 상명하달식 의사소통에 익숙해 있던 직원들은 처음에는 낯선 문화에 당황했지만 이내 적응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토론뿐 아니라 업무에도 e메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결재판을 직접 들고 가는 대신 e메일로 업무지시를 주고 받는 것.
김영우 대외협력팀장은 “결재판을 들고 상관의 방을 들락거려야 하는 관공서 문화 대신 e메일로 원장에게 직접 제안하게 된 것이 너무 신선하다”고 말했다.
몇몇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에 동승해 자발적으로 학습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진흥원에는 이달 초부터 ‘모바일 비즈니스와 인터넷’ ‘리더십 마케팅 세일즈 스터디 그룹’ 등 2개 그룹이 생겨났다.
스터디그룹에 참여한 한 직원은 “절차와 격식 대신 ‘합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가 진흥원 내부에 퍼지면서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며 “이런 분위기가 다른 공공기관에도 파급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