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변하고 있다. ‘카피(copy) 인텔’ 전략으로 PC용 CPU시장에서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AMD가 인텔과의 차별화 전략을 선언하고 과감한 기술개발과 인수·합병·분사 등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AMD는 최근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인터넷어플라이언스(IA) 사업분야인 ‘지오드’를 인수했다. x86계열의 임베디드 CPU인 ‘지오드’는 그동안 미진했던 PDA 및 휴대폰,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휴대정보기기 시장에서 AMD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AMD는 또 이를 기존 MIPS 기반의 임베디드 CPU ‘알캐미’와 최근 분사시킨 FASL로부터 플래시메모리 ‘스팬션’을 공급받아 PDA·스마트폰·스마트디스플레이 등 휴대정보기기에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박용진 AMD코리아 사장(46)은 “550㎒ 속도의 휴대기기용 CPU가 내년초에는 나올 것”이라면서 “PC용 CPU 외에도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휴대기기 등 비(非) PC사업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화된 PC시장뿐만 아니라 컨버전스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휴대형 정보기기사업에도 비전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AMD 변화의 결정체는 바로 내달 25일 출시되는 32비트·64비트 겸용 PC용 고성능 CPU ‘애슬론64’다. 32비트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PC시장을 64비트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AMD의 야심이 들어있다. AMD가 인텔에 앞서 먼저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애슬론64’가 PC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초고속 인터넷, 3D 게임, 대용량 멀티미디어 등의 증가로 워크스테이션급 하이엔드 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비용·고성능의 PC를 원하는 마니아급에서 수요가 일겠지만 점차 일반 가정에도 보급될 것이라는 게 AMD측의 전망이다.
AMD는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내달 국내외 주요 PC업체들과 64비트 PC를 선보여 바람몰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새로운 프로모션 전략 ‘AMD64’도 주요 제조업체들과 벌이기로 했다.
“이제 더이상 인텔의 카피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AMD. 새로운 변화의 시도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