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이메이션코리아 이장우사장(6·끝)

 1996년 이메이션코리아가 독립법인이 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요한 지역경영센터로 자리잡기까지 무엇보다 디스켓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디스켓은 이미 제품 수명이 20년이나 된 탓에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성장엔진의 새로운 밑거름이 될 만한 신제품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이메이션코리아의 임직원들은 브렌인스토밍 회의 끝에 광디스크 제품인 공CD(CD-recordable) 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성장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 제품의 선두주자이자 세계적인 대기업인 코닥과 HP가 이미 시장을 독식하는 실정이었다. 거기다가 국내 제조업체들까지도 선두회사들을 맹추격하고 중국산 저가제품까지 시장에 공급돼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었다. 시장진입을 위해 테스트를 시도해보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켓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의 명성을 가장 무난하게 그대로 전이시킬 수 있는 세분시장은 광디스크뿐이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광디스크시장이 앞으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잠재력이 높다는 전망에서였다.

 오랫동안 우리 회사와 거래해온 판매총판들 역시 시장진출에 약간은 회의적이어서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디스켓에서 줄곧 확고하게 1위를 점하던 이메이션일지라도 공CD시장에서 만큼은 당연히 후발주자였으므로 경쟁업체 가운데 중위권 수준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케팅 경쟁에서도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과 인내, 그리고 끈기만이 최후의 승자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사내의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당장 1위를 하기 위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공CD시장에서 우리는 1위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마케팅, 유통, 판촉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이 경우에 따라서는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자기 고유의 시장영역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세계 여러 기업들도 새롭게 진출한 산업이나 시장에서는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신규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여기에 시장 1위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마케팅 함정이 존재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1위가 다른 분야에서의 1위를 반드시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메이션 브랜드가 진입 1∼2년 만에 공CD 1위 업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디스켓시장 1위 업체일지라도 공CD시장에서 만큼은 아직 1위가 아니라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과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다.

 지금도 우리 이메이션코리아의 세일즈&마케팅팀 팀원들은 새로운 시장진출을 위한 신제품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지금은 1위가 아니지만 앞으로의 1위를 꿈꾸며….

 

 jwlee@imation.com

 

사진설명

디스켓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의 명성을 가장 무난하게 이어갈 수 있는 제품군으로 광디스크를 선정하고 현재 회사의 역량을 이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