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국내 유닉스의 최강자인 한국HP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자체 집계를 근거로 2분기에 p690을 위시한 하이엔드급 모델 40여대, 미드레인지급 400대, 로엔드급 200여대를 삼성생명보험·포스코·현대투자신탁·농협·우리은행 등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IBM은 이같은 공급실적에 따라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HP를 제치고 국내 유닉스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했음을 강조했다.
◇한국IBM이 유닉스 시장의 최강자=이장석 한국IBM 상무(유닉스사업본부 총괄)는 “2분기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3%의 격차로 한국HP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IBM이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상무의 이같은 발언은 유닉스 시장의 터줏대감인 한국HP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한국IBM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서버업체들이 공식적인 자료로 활용해온 한국IDC의 2분기 시장조사 결과와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한국IDC는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한국HP가 36.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IBM이 5.0%포인트 뒤진 31.5%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수치의 차이에 대해 이 상무는 “아태본부 차원에서 IDC 조사 오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며 “믿을 만한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결과 한국HP를 제쳤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IBM은 이같은 성과는 지난 4월 직접판매 방식으로 공급했던 중형급 서버(모델명 p650·p630·p610)를 유통모델로 전환함에 따른 성과로 분석했다.
◇한국HP를 정조준한 공격적인 마케팅=한국IBM은 2분기의 실적호조를 지속해 유닉스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상반기에 채널 비즈니스를 강화했다면 향후에는 SI 및 독립솔루션벤더(ISV)와의 관계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SI업체들이 한국IBM의 서비스사업 강화를 견제해온 것을 감안해 SI업체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한국IBM은 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SI 파트너 판매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사 수준과 동등한 비율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SI사에 상주인력을 파견하고, SI사에 WoW센터를 만드는 등 SI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또 유닉스 전 영업사원들이 5명의 고객사를, 임원들은 10명의 고객사를 각각 만나 그 결과를 리포트하는 ‘영업 랠리’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함께 펼칠 계획이다.
한국IBM의 이같은 움직임은 IT 시장의 포화와 경기침체 속에 신규 시장을 개척할 당위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 특히 서버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분야의 지존 자리를 더 이상 한국HP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의 영업방식이 메인프레임을 근간으로 확보한 고객사에 주로 영업하는 ‘공존모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신규 고객 확보에 본격 나서겠다는 것.
◇한국HP, 아이테니엄 서버로 맞대응=문제는 한국HP의 대응이다. 시장 점유율 숫자에 대한 논란을 제쳐놓고라도 한국IBM 유닉스사업의 행보가 예전과 다르며 유닉스 시장의 지존 자리에 있는 한국HP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HP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HP는 한국IBM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결코 동일한 방법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한국HP의 전인호 이사는 “한국IBM이 ‘셀-인(최종 수요처가 아닌 채널 판매)’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종 수요처를 타깃으로 한 ‘셀-아웃’에서는 결국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고 본다”며 “최종 수요처 확대를 목표로 영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HP는 유통모델을 늘리지 않는 대신 9월 이후 출시할 미드레인지와 로엔드급 ‘인테그리티 서버(아이테니엄 칩 장착)’를 전략품목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미드레인지급 이하 인테그리티 서버는 가격이 현재 유닉스 서버의 절반 수준인 데다 HP-UX 및 리눅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서버 2003 등 다양한 OS별로 차별화된 가격전략을 펼칠 수 있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