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은 올 상반기 혹독한 시련기를 보냈다. 상장·등록기업을 가릴 것 없이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위축과 수출감소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18일 발표된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등록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은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이 ‘더 나빠질 수 없는 수준’에까지 도달했음을 확인시켜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분기보다는 2분기 실적치가 다소 개선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상장기업=12월 결산 526개(44개 관리종목 제외) 상장기업의 실적은 수익성의 급격한 악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총 영업이익은 17조861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3조853억원에 비해 22.6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도 19조5829억원에서 12조6233억원으로 35.54%나 급감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비해 더 나빠지기는 했지만 수익성 감소폭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었다. 2분기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지난 1분기 대비 7.35% 감소에 그쳤으며 매출액은 같은 기간 오히려 1.1%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전기·전자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7.25%나 감소, 거래소내 최대감소율을 기록했으며 서비스업, 유통업, 전기가스업 등도 수익성 악화추세가 뚜렷했다. 반면 통신업종의 영업이익,순이익은 모두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해 돋보였다.
전반적인 실적악화 추세를 반영하듯 적자로 전환된 기업도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 LG산전, 한솔CSN, 한솔LCD, 삼화전자공업, 아남전자 등 55개 기업이 지난 1분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적자전환기업에는 IT기업이 절대 다수를 점해 눈길을 끌었다.
◇등록기업=12월 결산법인 772개사의 실적은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악화됐지만 2분기에는 뚜렷한 실적개선을 보여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전체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경기침체와 기업회계 기준 개정에 따른 수익인식기준 변화, 그리고 국민카드(반기순이익 7381억원 감소) 등 대형 금융사의 실적악화에 따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평균 66.7% 증가하는 등 실적호전세가 뚜렷했다. 2분기 전체 매출액은 15조4950억원으로 1분기 대비 5.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5946억원, 4463억원으로 각각 66.7%, 282.4% 급증했고 당기순이익은 231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종별로는 NHN·다음 등이 소속된 인터넷업종의 2분기 매출액이 1523억8300만원으로 1분기 대비 46.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03.1%나 늘어난 363억원을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문화, 방송, 통신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20∼40%나 됐다.
반면 1분기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통신장비업종은 영업손실이 각각 100억원,105억원으로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도 238억, 72억원의 영업적자상태를 이어갔고, 금융업종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305억원, 1054억원으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주요종목 가운데는 시가총액 1위인 KTF가 매출액과 순이익 규모로 1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에서는 웹젠이 61.0%로 단연 수위에 올랐고 강원랜드·NHN·네오위즈 등이 40%대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안철수연구소·주성엔지니어링·인젠 등 70개사는 반기 순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반면 케이비티·텔슨전자·하우리·한통데이타 등 126개사는 적자로 돌아서 대조를 이뤘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