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콘텐츠 전자결제 개선안에 업계 우려 목소리

 부모 동의 없이 이뤄지는 콘텐츠 전자결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통부가 마련중인 대처방안이 자칫하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청소년의 무절제한 전자결제를 막기 위해 △정보이용료 결제대금 분리고지 △소액결제 이용에 대한 옵트인(opt-in) 방식 도입 △유무선 전화를 통한 콘텐츠 결제 폐지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실성을 고려, 연내에 공표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들어 콘텐츠 전자결제와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고 사회적 폐해로까지 번지면서 정통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선 것.

 그러나 게임·아바타·전자책과 같이 전화나 휴대폰결제가 주요한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콘텐츠 업계에서는 콘텐츠 가격상승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외면으로 산업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문제는 뭔가=지난 6월 온라인게임 이용료 때문에 꾸중을 들은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최근 들어 소비자보호원과 정통부에는 전화요금에 대한 민원이 급증할 정도로 미성년자의 콘텐츠 전자결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부모 동의 없이도 ARS나 휴대폰으로 쉽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탓에 충동구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정통부는 여러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 하나가 정보이용료 결제대금을 분리 고지하는 것. 소액결제 대금을 전화요금고지서에 일괄 청구하던 방식을 전화요금과 소액결제 대금을 분리 기재, 별도 납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옵트인 방식도 동시에 검토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납부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KT나 SK텔레콤 등 통신사에 소액결제를 신청하는 사람만 결제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정한 진입장벽을 두자는 것이 정통부가 구상중인 복안이다.

 이같은 정통부의 복안은 시민단체들이 이전부터 요구했던 사항인 만큼 시민단체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을 전망이다.

 ◇업계 수익악화로 이어질 듯=하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정보이용료 결제대금을 분리할 경우 통화료만 납부하고 정보이용료는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회사(CP)들이 받는 대금은 줄고 CP의 비용부담이 늘면서 콘텐츠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이는 곧 이용자 외면, 산업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논리다.

 옵트인 방식도 상황은 마찬가지. 인터넷을 이용한 소액결제가 대부분 미성년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모가 소액결제를 신청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이용률이 높지 못할 경우 CP의 매출감소는 물론이고 통신사 입장에서도 이용자 신청을 받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므로 결국에는 콘텐츠 가격상승에 산업위축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이 커지고 유료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ARS나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 덕택이 컸는데, 이런 결제수단이 폐지되고 다른 방식이 사용된다면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업계에서는 정보이용료에 대한 상한제를 두거나 정보이용료 미납고객에 대해서는 불량고객 리스트를 작성, 관리함으로써 회수율을 높이는 등 보다 현실적인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최동진 실장은 “소액결제의 순기능 및 장점을 살리면서 상호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용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모두에 긍정적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통부는 규제방침에 대한 부가통신사업자와 CP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이용자를 보호하면서도 산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