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지로청구서를 보내고 지불을 돕는 인터넷지로(EBPP) 서비스도 넓게 보면 지불대행 서비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EBPP서비스는 납부자가 유무선 인터넷상에서 각종 공과금 및 요금 청구내역을 확인하고 전자적 결제수단을 통해 바로 납부까지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BPP 가운데 인터넷 고지서비스는 이제 생활속으로 깊이 파고들었을 정도로 확산됐지만 아직 납부까지 가능한 서비스는 초기 시장 형성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EBPP 자체는 새로운 전자금융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관련업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EBPP서비스는 대금결제의 편의성 증대, 비용절감,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점포활용 등의 효과로 2000년대 초부터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만 해도 개별 징수기관과 군소 솔루션 제공업체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게 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EBPP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금융결제원(인터넷지로), KT(빌플라자) 등이며 전문업체로는 한국인터넷빌링, 앳누리, 네오빌 정도다. 시장규모 역시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금융결제원 장진성 연구원은 “총지급 결제수단 중 EBPP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0.01% 미만으로 추정돼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적어도 2년은 기다려야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확산을 어렵게 하는 것은 대부분의 EBPP 업체들이 금융기관과의 제휴가 부진해 전자고지업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고지와 납부가 합쳐져야 하는데 개별적인 서비스만 이뤄져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금융결제원과 KT 등이 운영하는 대형 EBPP사이트가 결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최근 EBPP서비스 전문업체들이 인터넷 고지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시장확산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인터넷빌링, 앳누리, 네오빌 등 주요 EBPP 전문업체들이 결제기능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EBPP 업체의 한 사장은 “지금까지 EBPP시장이 확산되지 못해 빌러들이 결제보다는 고지기능만 요청해 전문업체들이 결제를 시행할 수 없었다”며 “EBPP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전문업체에 결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은행 창구에서만 이루어졌던 종이지로 납부가 자동화기기의 도입으로 무인수납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도 EBPP 확대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 전문가들은 무인수납의 확대가 인터넷과 휴대폰 기반의 전자지로서비스 체계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EBPP의 확산을 위한 공공부문의 활용증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전자정부 공식출범으로 분리 운영하던 국세청의 국세통합시스템, 경찰청 법칙금 관리시스템 등의 전산망이 국가재정정보시스템으로 통합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 지난해 5월 EBPP서비스를 선보였던 우정사업본부가 통합관리자로서 EBPP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도 공공기반 서비스가 늘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