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자동판매기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인인증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제9조 3항의 내용이다.
자판기에 본인 식별장치의 부착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첫번째 조치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전면 철거위기에 놓인 담배자판기는 기사회생을 하게 됐다.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각종 성인용 자판기의 확대설치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성인인증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까지 꿈꾸고 있다. 담배자판기의 성인인증 의무화를 계기로 성인용 자판기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에 젖어있다.
◇전면철거에서 기사회생=이번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전면 철거’ 위기에 놓여 있던 담배자판기에 새로운 활로를 불어넣은 셈이다. 보건복지부의 개정안 원안은 담배자판기의 신규설치를 금지하고, 기존에 설치된 기기마저 철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관련업계의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이는 철거자율권고로 완화됐다.
특히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결정된 ‘담배규제협약’에 성인인증 담배자판기의 설치 의무화가 포함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면철거 대신 인증장치 부착 의무화를 선택하게 됐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의 정충현 서기관은 “현재 외국사례나 국내 기술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인인증기기 부착에 관한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조심스런 업계=성인인증 장치 의무화에 대한 관련업계의 대응은 의외로 조심스럽다. 어떤 형태로든 담배자판기 판매 자체가 정부의 금연정책은 물론 국민적 금연정서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설치장소도 극히 제한돼 있어 신규판매 증가보다는 대체수요에 관련업계는 무게를 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6월 말까지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국내 모든 담배자판기는 신규 성인인증기기로 교체되거나 기존 자판기에 인증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도 시장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담배자판기 최대 생산업체인 삼성광주전자의 한 관계자는 “성인인증기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아 해당 자판기의 특수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인증기기 개발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양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현재 국내 성인인증 담배자판기는 인증시스템 기술개발 컨소시엄인 엘리트커뮤니케이션, 멀티소프트 등이 개발한 인증기기를 기존 자판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담배자판기는 시작에 불과=관련업계는 담배자판기의 성인인증 의무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복권, 주류, 성인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성인인증 시스템 기술의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최근들어 WHO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청소년의 자판기 사용 규제 법안들을 속속 내놓고 있어 국내 인증기술을 기반한 자판기 수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엘리트커뮤니케이션의 신현경 이사는 “인증시스템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을 스캐닝 등의 기술을 통해 인식하는 방식”이라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주류, 성인용품 등 별도 인증을 필요로 하는 각종 특수 자판기에 성인인증 시스템의 범용 적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의 김지완 차장은 “이번 WHO의 규제협약 이전에 일본과 독일 등 선진 각국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성인인증 자판기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중”이라며 “이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현지시장 조사 등을 통해 국산 자판기의 해외판로 개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정부 성인인증 담배자판기 설치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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