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정보시대를 맞아 국가의 핵심 경쟁 원천이 지식의 생산 및 활용주체인 인적자본으로 이행하고 있다. 물적 자원의 양과 질이 국력을 결정했던 산업화시대와는 달리, 지식정보시대에서는 기술변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물적 자원 자체보다 인적자원의 역량 및 학습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내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21세기 총체적 국가경쟁력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효율성과 전문성,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어떻게 제고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공직에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체계적으로 육성,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부의 인적자본관리시스템, 특히 충원시스템 개선 요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고시제도를 통해서는 전문성과 창의성, 유연성을 갖춘 인재를 충원하기 어렵다며 고시제도의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고시제도를 폐지한 후 어떤 방법에 의해 공무원을 충원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시제 폐지와 관련하여 좀 더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현재 공무원 채용은 고시제도로 대표되는 ‘공개경쟁채용제도’와 ‘특별채용제도’로 나뉜다. 공채는 공직 충원에 있어서 정실 개입을 제도적으로 방지,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반면 모든 응시자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단점이 있다. 특채는 전문인력 확보에 유용하나 공정성 등에서 공채에 비해 미흡하며 자칫 정실 인사로 흐를 우려가 있다.
이처럼 고시와 특채는 각각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또 적용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전적으로 폐지하고 다른 하나만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사안별로 양자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행정환경이 세계화, 지식정보화되어 공채로 충원하기 어려운 과학기술 등 전문인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고시 이외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인력이 공직에 더욱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각 전문분야의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공직에 유치할 수 있도록 개방형 직위제도와 계약직공무원제도를 발전시키는 한편 자격증 소지자와 전문분야 학위소지자의 특별채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필요시 시간제공무원제도와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충원할 수 있도록 인사권을 분권화하여 각 부처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부인사의 틀과 운영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현 공무원 집단은 규모가 너무 방대하고 다양해서 중앙인사관장기관에서 결정한 하나의 획일적인 공직체제나 인력관리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는 앞으로 행정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인사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더해질 때 정부 인사제도가 바람직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 chairperson@cs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