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 동력원인 디지털방송산업이 범정부 차원의 정책부재로 첫 단추를 꿰기도 전에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방송법 등 관련법 정비와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방송위원회·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기관들이 정책비전 수립을 뒷전으로 미룬 채 서로 영역다툼에만 몰두, 관련업계의 혼란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방송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관계 부처·기관들이 전향적으로 나서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관련 기관·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상파방송사 및 통신·장비 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멀터미디어방송(DMB)이나 위성DMB 등 신규 디지털방송 서비스 도입 우선순위와 일정 등이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등 정책투명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정통부와 방송위가 최근 지상파DMB 도입을 서두르면서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기존 아날로그 라디오방송의 디지털전환 계획을 미루고 있는 데다 사업자 선정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경쟁매체인 위성DMB와의 관계설정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서비스별로 도입시기나 프로그램 편성정책·단말기(수신기) 개발일정·시장성도 점칠 수 없어 신규 디지털방송 서비스들이 서둘러 추진될 경우 시장이 채 열리기도 전에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계획도 일정만 제시돼 있을 뿐 ‘미국식/유럽식’ 전송방식을 두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아 ‘정책실종’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결국 미래 방송환경에 대비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디지털방송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방송 콘텐츠 육성 등 정부가 제시해야 할 종합적인 정책이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가방송 대계를 고민해야 할 유관 부처들이 디지털방송 및 뉴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주관을 놓고 싸움만 벌이고 있다”면서 “기존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간의 연관성 및 모든 신규 매체의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쟁·보완관계를 설정하고, 주파수 조정에서 추진일정까지 제시할 수 있는 명쾌한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