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감에 따라 IT업계도 금융시장에 대한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권이 대형 인수합병으로 인한 조직정비와 이를 계기로 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직면하면서 IT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바뀌고 있다. 또한 90년대 후반 우후죽순으로 개발된 웹 기반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인프라 개선, 나아가 방캬슈랑스처럼 금융권 내 업종간 영역 파괴로 인한 ‘복합 금융서비스’ 지원 인프라 구축 등도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금융권이 과거처럼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새로운 금융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권, 비즈니스 전이 모델링이 관건=‘신용·경제·유통·보험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IT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상품의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특히 6시그마 차원의 경영혁신 운동을 벌일 것이다. 종합적인 리스크관리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민·우리·신한·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과 주요 카드사 IT기획 관련 담당자들이 토로하는 현재의 고민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같은 물리적인 형태의 프로젝트도 현안이지만 제조업분야에서 사용됐던 6시그마 운동, 재무담당자들이 고민할 문제까지도 이제는 IT시스템 기획 담당자의 몫이 됐다.
한국IBM BCS 조직에서 금융컨설팅을 총괄하고 있는 최명주 부사장은 현재의 상황을 “금융권이 변화된 환경에 맞는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전이) 모델링을 세워야 하는 고민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을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혁신, 이를 통한 수익률 극대화에 IT활용이야말로 금융권의 최대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복잡한 금융환경과 제도 변화에 대비하라=이달 말부터 은행과 보험업무가 결합된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작된다. 앞으로 보험상품이 30%씩 추가로 개방되면 취급 상품이 다양해지고, 특히 증권사나 투자신탁사 등에서 방캬슈랑스 도입 움직임이 본격 일어나는 내년에는 이를 지원하는 솔루션이 금융권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국HP 금융마케팅 권정삼 차장은 “올해 은행권에서 구축한 방캬슈량스는 프레임웍을 구축하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후 시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2006년 금융권에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신 바젤 자기자본 규제협약(바젤Ⅱ)’ 등 새로운 금융 관련 제도가 시행되는 것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돈세탁방지법’에 관한 제도를 법제화할 것이 유력해짐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TF를 만들어 법제도의 방향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IT인프라 구축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 일부 은행에서는 90년대 후반 기업·개인 고객 등으로 구분돼 구축한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도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컨설팅과 서비스 개선에 주력=중대형 컴퓨팅 업체 중에서는 메인프레임 기반의 금융권 장악력이 높은 한국IBM, 한국유니시스와 다운사이징 환경에서 점차 입지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HP의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업체는 무엇보다 컨설팅 및 서비스적인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사에서 아웃소싱이나 애플리케이션서비스임대(ASP) 형태의 IT서비스를 받을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아웃소싱 시장 개화를 대비하는 영업전략도 강화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국IBM의 경우 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BCS)를 통해 컨설팅을 강화하고, 금융권의 ROI에 대한 문제 해결의 한 대안으로 ‘e파이낸스 허브’라는 아웃소싱 개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바젤2 관련 솔루션을 현지화한 상품을 조만간 국내에서 발표, 종합 리스크 관리를 구현할 수 있는 컨설팅에 무게를 둔다는 전략이다.
한국IBM은 21일 열린 ‘IBM금융산업본부 기자간담회’에서 9월 말 중소규모 보험회사들에 적합한 저가의 차세대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IBM이 개발한 보험사용 차세대시스템 솔루션을 중소규모 보험사에 맞게 수정, 개발한 것으로 특히 ASP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상반기 전체 매출의 65% 가량을 금융분야에서 달성한 한국유니시스는 ‘글로벌 인더스트리’로 불리던 기존 솔루션영업사업부를 엔터프라이즈트랜스포메이션서비스(ETS)로 변경하고 솔루션 전문인력과 서비스 인력을 하나로 합친 통합 컨설팅 서비스 조직을 강화했다. 이 조직은 유니시스의 ‘비즈니스 블루프린팅’이라는 차세대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기업고객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함께 IT 전문지식이 통합된 디지털 모델 구축 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단위 프로젝트 기간 및 중복 업무량을 단축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한 소요 비용을 25∼60%로 절감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내년 시장을 목표로 통합 리스크 관리, 돈세탁 방지 관련 분야 등 특화된 금융서비스 분야에 다양한 솔루션을 갖추고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전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생명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신한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국HP도 최근 신영증권과 IT아웃소싱 협상을 진행하며 금융권 내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종합리스크 관리업체인 ‘캡코’ 등 전문 솔루션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