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에 게재된 허위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서비스업체(ISP)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 한 유명 연예인이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허위정보 때문에 자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ISP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대해 미 항소법원은 ISP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1일 C넷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양방향 통신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이 취사 선택할 문제로 서비스업체들이 관여할 성질의 것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법원은 고객 행동에 대한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을 규정하는 통신품위법(CDA:Communication Decency Act) 230조에 따라 “ISP는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해줄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최근 미국 법원이 인터넷에서의 음악파일 불법 교환이 성행해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사용자들의 신상정보를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로 대표되는 저작권자에게 통보해 주도록 명령하는 등 ISP에 거의 무한 책임을 지우고 있는 판례들과 정반대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미국 유명 TV프로그램 ‘스타트랙’에서 리타역을 맡았던 여배우 크리스티안 카라파노가 자신의 대한 허위정보를 유포시켜 명예를 훼손시킨 온라인 중매회사 매치메이커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ISP도 웹사이트에 난무하는 각종 허위정보를 처단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자 피고(매치메이커)측이 즉시 항고했고 마침내 이번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이같은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들도 풀뿌리 정보기술(IT)을 일반에 보급하는 최선봉에 서있는 웹사이트 운영업체 및 ISP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이 마련됐다며 반기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