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공급한다.’
상반기 경영실적이 실망스러웠던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이 고심끝에 수익성 제고는 물론 고객의 끈질긴 납품 단가하락 압박사슬을 푸는 묘수를 찾기에 나섰다.
글로벌혁신센터 설립이 첫 조치다.
기판사업부 등 6개 사업부와 중국 등 11개 사업장별로 흩어진 공정기술·자동화·금형·원가절감·물류·아웃소싱 등의 두뇌 집단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기술 및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토록 지시를 내린 것.
글로벌혁신센터는 전략기획그룹·공장혁신팀·공정기술팀·자동화팀·금형기술팀·아웃소싱팀·물류팀 등 370명의 분야별 전문인력들로 구성됐다. 생산혁신 베테랑인 중국 동관의 공장장 유호성 상무가 긴급 호출돼 버선발로 국내에 복귀해 센터운영을 맡았다.
경쟁심화로 매년 10∼20% 이상 부품단가가 하락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익을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정기술력·자동화기술력·금형기술력 등 제조원천기술이 부품 사업 성패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글로벌혁신센터 설립의 취지다.
이같은 성격의 조직은 삼성SDI 등 삼성그룹에서조차 ‘효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글로벌혁신센터가 제대로 정착될 경우 계열사 조직구도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메가톤급의 파괴력을 지닌 경영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호문 사장이 ‘결사조직(?)’을 설립한 후 글로벌혁신센터의 유 상무에게 내린 첫 지상과제는 ‘내년 말까지 생산성 50% 향상, 제조 리드타임 2분의 1 단축, 가공비 30% 감축 등을 달성해 세계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것.
글로벌혁신센터는 이를 위해 광픽업·MLCC·기판 등 주력 제품의 원가경쟁력을 창출하는 프로젝트 8∼10개를 수립,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함으로써 350억원 어치의 원자재를 줄이는 등 약 1224억원의 생산원가 절감 활동을 적극 전개한다.
또 글로벌혁신센터의 전문인력들이 해외사업장을 직접 방문, 자동화 및 생산라인의 효율성를 추진하고 한 사업장의 원가절감 모범사례를 동시에 타사업장으로 전파함으로써 개별사업장 내지는 부서간 의사전달 지연의 벽을 허문다.
이와 함께 기존 국내외 사업장별 물류창고를 절반으로 통합·운영함으로써 물류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고, 사업장 및 업무영역별 흩어져 있는 제조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통합망을 구축, 최적의 생산체계를 갖춘다.
유호성 상무는 “이제까지의 국지적인 혹은 부분적인 생산성 효율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부문의 최적화가 당면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각 부문의 역량을 총 집결한 통합지원 시스템을 구축, 문제점을 단기간 내 개선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해외법인·국내외 외주 업체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