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부품소재산업을 위한 제언

 ◆ 울산대학교 첨단소재 공학부 이재신 교수(jslee@uou2.ulsan.ac.kr)

 부품소재 산업에 20여년간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이 단순조립산업에서 첨단기술 산업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눈여겨보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부품소재 인재를 배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우수한 인력과 치밀하면서도 조급한 국민성에 부합, 반도체를 비롯한 LCD 등 몇몇 통신부품에서 세계 정상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직 산업분야에서 부품소재 산업은 무역역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우리 경제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드리우는 부품소재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몇가지 제언한다.

 우선 ‘부품소재투자기금’ 조성을 제안한다.

 부품소재사업은 초기 막대한 설비투자비와 상당 기간의 운전자금이 필요하다.  이때 매출을 기준으로 자금을 대여해주는 관행에 젖어 있는 은행이나, 단기간의 투자회수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투자회사의 벽을 넘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상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부품소재 사업은 일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게 되면 수익성과 안정성이 매우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의 성숙이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현재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에 수요자기업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를 국가적으로 확대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에선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에 산학연 기술개발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초기 기술개발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발된 제품을 세트업체에 공급하기까지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류제품을 추구하는 세트업체가 부품소재 전문업체를 육성하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품소재 업체가 일류화되도록 대기업이 끈기를 가지고 지원하는 것은 결국 대기업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기술성이 우수한 부품이라도 초기에는 생산성이나 수율면에서 기존제품보다 낮기 때문에 품질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서로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직 인력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중소기업 설비자동화 지원센터’의 설립을 제안한다.

 최근 산자부의 ‘지역전략산업 석·박사 연구인력양성’ 사업은 지방대학 육성과 중소기업에 고급인력을 지원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 우수정책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생산기능직 인력 부족에 대한 대책마련은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D램 분야에서 일본·미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한가지는 선진국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점은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젊은 인력들이 힘든 제조현장을 기피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 것이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많은 부품소재 전문기업들도 인력의 노령화로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많은 일본의 부품소재기업은 설비자동화를 통하여 자국 생산 제품에서도 세계적인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 부품소재기업은 자력으로 생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력이 대부분 부족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센터를 설립하여 기술지도와 초기설비 투자비 지원이 필요하다.

 끝으로 부품소재산업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산업이란 국가적인 사명감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범국가적 홍보가 필요하다.

 일례로 부품소재산업 종사자들이 명함의 회사명 앞에 ‘부품소재전문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성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부품소재산업이 우리나라 21세기 성장의 원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하고, ‘부품소재전문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이 모두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필자는 더 없는 보람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