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로드맵 제시 못하면 `치명타`

우려되는 디지털방송 정책 `표류`

 정보기술(IT)이 국가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방송·통신 융합산업의 총아인 디지털방송이 반도체·통신·인터넷에 이은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을 시작으로 디지털 위성방송을 출범시킨 것이나 현재 지상파·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양방향 방송서비스의 디지털데이터방송, 아날로그 라디오방송의 디지털전환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이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고, 디지털 위성방송도 타 매체와의 갈등으로 정착은 요원하다. 여기에 신규 서비스로 도입될 지상파·위성DMB도 애초에 계획된 정책방향과 추진 일정이 변경되거나 지연을 거듭하고 있다. DMC 도입은 아예 흐지부지되는 분위기고 아날로그 라디오방송(FM)은 디지털TV 전환이 완료되는 오는 2010년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가 총체적인 정책비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디지털방송 산업을 바라보는 탓에 어느 것 하나 진척은 보지 못한 채 혼란과 무성한 소문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신규 방송과의 관계설정=디지털방송 정책은 여러 매체간의 명확한 관계설정을 전제로 구체적인 서비스 도입시기가 관건이다. 지난해말 정보통신부가 디지털오디오방송(DAB)의 명칭을 DMB로 변경하면서부터 매체간 관계가 애매모호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아날로그 라디오방송의 디지털전환 계획은 사라졌다. 현재까지 나온 정책대로라면 지상파DMB 사업자는 KBS·MBC·SBS 지상파방송3사가 각각 3개 사업자 중 2∼3개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른 라디오방송사들의 디지털 전환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

 ◇부처 및 기관간의 갈등=방송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최근 방송위원회가 방송법 전면 개정초안을 발표하면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영상산업 정책 업무를 두고 문화관광부와 대립하고 있으며 방송사업자 허가와 신규 디지털방송을 두고 정통부와 대립하고 있다. 정통부는 디지털방송 실시이후 수요가 확산될 TV 수신기와 각종 단말기 산업을 두고 산업자원부와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방송 국가정책이 제시되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디지털방송의 국가적 위상을 감안하면 대안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지만 당장 할 수 없으므로 지금이라도 관련 부처·기관들의 대승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국가정책 절실=디지털방송은 방송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산업효과가 기대될 뿐 아니라 유관산업까지 고려한다면 수출산업으로도 큰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분야다. 북미와 일본·유럽의 경우 디지털방송이 우리보다 크게 앞서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체계적인 중장기 디지털방송 로드맵을 제시해 추진하지 않을 경우 해외 경쟁력 확보는커녕 국내에서조차 해외 기술의 유입과 양질의 문화콘텐츠 유입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매체간 갈등이 극심한데다 정부 역시 방송의 공익·공영성과 산업성을 놓고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해외 선진국의 방송산업은 날로 성장, 시장개방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명확한 정책방향과 체계적인 추진일정을 마련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