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몰라라` 유관부처

 산업자원부가 올들어 전자거래 활성화의 일환으로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전자문서이용촉진을위한상법등의정비에관한법(전자문서이용촉진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업계는 전자거래 활성화에 직간접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지에도 불구, 정부는 그동안 제정에 심각한 한계를 부딪혔다. 바로 부처간의 협의 문제다. 전자문서이용촉진법은 대부분의 정부부처의 법률을 개정하는 ‘일괄정비법’으로, 10여개 부처 및 위원회와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추진 당시 부처 협의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점쳐졌다. 산자부도 이를 예상, 5월 초 공청회를 통해 공식 발표한 이후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산자부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 7월까지 부처간 협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난 최근에야 부처간의 협의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를 의뢰할 수 있었다.

 이번 협의안을 통해 확정된 제정안을 보면 당초 추진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절반 가까운 안이 제외되거나 바뀌었다. 이들 부처에서는 ‘제정 필요성이 없다’ 또는 ‘산자부가 소관부처가 아니다’는 이유 등을 들며 협의에 반기를 든 것이다. 결국 공청회에서 발표한 제정안에서 ‘차 빼고 포 빠진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상황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부처간 협의가 힘들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전자문서이용촉진법은 시대의 대세로 필히 제정돼야 했다. 그러나 유관기관들이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대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타 부처가 소관부처의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럴 경우 뒤늦게 파악하고 개정에 나서곤 한다”고 실토했다. 정부의 보다 거국적인 협조가 아쉬움을 남긴다.

<디지털경제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