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쇼핑공간에 고급화·대형화·복합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온통 흰색 일색이던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에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이 입혀지고 홈시어터·벽걸이TV 등 고급제품이 전시되면서 가전매장 인테리어도 고급화되고 있다. 또 패션·의류 전문인 동대문 패션상가에 IT전문매장이 들어서는가 하면, IT제품만 팔던 테크노마트에는 의류나 가구를 전시·판매하는 매장이 입점하는 등 전문상가들이 복합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용산지역 전자상가에는 최근 조립PC매장이 부쩍 줄면서 그 자리를 메이커PC 및 게임 매장이 대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유통상가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장과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매장의 고급화 바람=전자랜드21 강남점 2층 매장 벽에는 60인치급 대형 PDP TV 10여대가 나란히 걸려 있다. 홈시어터로 꾸며진 PDP TV 주위에는 고급 탁자와 편안한 소파가 놓여있고, 인테리어도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매장 한켠에는 운치있는 소리를 내는 아담한 분수까지 설치돼 있다. 마치 호화주택의 거실이나 카페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고급화된 매장은 강남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민병수 전자랜드21 지점장은 “최근 벽걸이TV, 홈시어터, 드럼세탁기 등 고급 가전제품이 주력제품으로 떠오르면서 매장들도 고급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테크노마트나 하이마트, 전자랜드21 등 대형 양판점을 중심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하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출점한 전 점포에 ‘유아용 놀이방’과 ‘휴게실’을 설치했다. 또 여성용 화장실에는 비데를 설치했다. 아울러 매장의 동선을 넓히고 조명을 밝게 했다. 매장 규모도 예전에 비해 1.5배 이상 키워 고급화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의 잇단 출현=24일에는 동대문 패션상가 ‘밀레오레’ 8층에 IT매장이 들어선다. 캠코더·녹음기 등의 소형가전매장과 휴대폰매장 등 80여개 가전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협회장인 김판규씨는 “의류를 사러 온 젊은층이 가전에 대한 소비욕구도 강한 만큼 IT매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하에 애견센터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밀레오레도 점차 의류전문상가가 아닌 복합쇼핑상가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양재동에 건설중인 ‘하이브랜드’ 도 복합쇼핑몰로 꾸며진다. 명품숍 외에도 백화점과 할인점, 레포츠시설, 숙박시설, 사무공간까지 겸비한 복합공간으로 꾸며 고객들이 한곳에서 쇼핑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한 쇼핑몰의 복합화는 최근 대형상가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용산 전자랜드와 김포공항 테크노스카이시티에도 극장이 들어서는 등 복합쇼핑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박상후 테크노마트 홍보팀장은 “쇼핑은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니라 생활 자체”라며 “매장이 고급화·복합화되는 것은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져가는 조립PC매장=용산의 조립PC매장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용산하면 으레 떠오르던 명물 조립PC가 노트북과 휴대폰, PDA 등 첨단제품에 밀려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선인상가를 제외하고 터미널상가·나진상가·전자랜드 등에서는 요즘 조립PC매장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매장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에 노트북이나 게임기를 판매하는 매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테크노마트 7, 8층에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조립PC매장이 각각 100여개에 달했지만 요즘에는 노트북·게임기매장이 주류를 이르고 있다.
배만호 전자랜드컴퓨터 상우회장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 등을 통한 저가경쟁이 벌어지면서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조립PC매장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더 이상 가격을 놓고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과 더불어 경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