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가 그 노래 같고 들을 노래가 없는데 그래도 이 친구 노래는 괜찮아. 우리 나이가 들어도 좋아! 아마 인기가 오래 갈 거야.”
얼마 전에 만난 50대 초반의 한 출판사 대표는 그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근래 가수 중 드물게 ‘반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지 관리도 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 아이들이 딱 좋아하는 예쁜 목소리잖아요. 곡도 좋고. 얼굴하고 노래하고 잘 맞아요.”
내가 아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도 그의 열성 팬이라고 했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비슷하긴 해도 늘 가슴에 다가온다고 했다.
흔히 상극이라는 50대와 10대가 동시에 호감을 표시하는 그 가수는 발표한 앨범마다 성공을 거듭, ‘불황을 모르는 가수’로 통하는 이수영이다. 99년 데뷔앨범에서 ‘I believe’를 히트시킨 이래 앨범을 냈다 하면 최소한 2곡 이상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만 해도 ‘라라라’ ‘빛’ ‘얼마나 좋을까’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앨범판매량도 초기에는 20만장 선이었으나 작년의 4집은 50만장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정규앨범 4장을 내면서 단 한번도 슬럼프가 없었다는 점은 요즘 음악현실을 감안하면 신기하다. 음반시장에서 ‘앨범가수’의 위치를 굳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수영의 음악은 6학년 학생이 지적했듯 늘 비슷하다. 밝은 분위기의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애절한 느낌에 솔의 감성이 더해진 전형적인 발라드들이다. 악기와 편곡으로 동양적인 무드 또한 강조해 ‘오리엔탈 발라드’라는 수식도 따라붙는다.
아마도 이 부분이 상기한 50대 기성세대가 그의 음악에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로 생각된다. 힙합이나 댄스리듬을 앞세운 천편일률의 소란스러운 다른 가요와는 달리 기성세대가 과거에 들어온 차분한 스타일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딸이 이수영 음반을 산다고 손을 내밀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 게 분명하다. 이수영의 앨범이 잘 팔리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기성세대의 협조’가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지오디(god)와 성시경처럼 ‘굿 이미지 가수’ 사단의 일원이다. 사실 활동 4년간 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스캔들도 전혀 없었다.
이수영은 내년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할 계획이다. 그의 일본진출을 주선하고 있는 소니뮤직 관계자는 “일본 음악계가 이수영의 음악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 성공을 확신했다. 일본 음악계가 이수영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오리엔탈 발라드’의 요소 때문일 것이다.
비주얼한 측면에서도 이수영은 강점을 지닌다. 50대와 10대가 모두 호감을 나타내는 데는 음악 외에 그의 순수한 인상과 단아한 체구도 크게 작용한다. 상기한 6학년 학생의 분석대로 얼굴하고 노래가 잘 맞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작은 천사’다.
이수영이 막 5집 앨범을 발표했다. 나오자마자 타이틀곡 ‘덩그러니’는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수영표 발라드’말고도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곁들여 앨범내용이 상당히 충실하다. 한국을 찍고, 일본도 찍으려는 이수영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