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e]블로그 열풍-제 얘기좀 들어 보실래요

참여세대 강력한 커뮤니티로 성장

 장연미씨(22·여)는 세이클럽에서 ‘재하의 판타지 랜드’를 운영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팬터지 프로작가 지망생이다. 유치원때부터 나름대로의(?) 추리소설로 가족을 놀라게 하기도 한 그녀는 현재 팬터지 소설 ‘두개의 지구’를 연재해 편당 최대 1만건, 누적조회수 12만6000건을 기록하고 있는 세이클럽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그녀의 홈피가 이처럼 네티즌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은 산만하게 여러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고 ‘팬터지’라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 때문이다.

 장미리씨(32·여)는 지난 3월부터 전문 블로그 사이트인 ‘오마이블로그(http://www.ohmyblog.co.kr)’에 ‘쥬디의 전생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수련생의 이야기를 듣고 전생에 관한 글을 모아 쓴 ‘쥬디의…’는 현재 수많은 네티즌의 답글이 쇄도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달말에는 이렇게 모아 쓴 글이 책으로 출판된다.

 장미리씨는 “전생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기로 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많은 블로거들이 답글을 달아주고 아이디어를 줘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며 블로거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블로그는 개인 신변잡기에서부터 국제관계, 사회적 이슈, 국가의 원수를 뽑는 일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참여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강력한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00만명에 불과했던 블로그 이용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로그(http://www.blog.co.kr), 오마이블로그(http://www.ohmyblog.co.kr), 블로그엔닷컴(http://www.blogn.com) 등 전문서비스업체뿐 아니라 네오위즈(세이클럽), 인티즌, 드림위즈, 네이트 등 포털업체들이 블로그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블로그를 구성하는 주제도 영화나 음악, 인라인스케이트 등 주로 취미 범주에서 인권이나 반미문제 등 무거운 이야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개인 홈페이지가 친구 등 소수의 지인을 위주로 한 폐쇄적인 커뮤니티였다면 블로그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개방적 커뮤니티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블로그에 힘을 심어주는 것은 하나의 글에 달린 ‘댓글’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글’에 ‘댓글’을 달고, 서로간 의견을 교환하면서 블로거와 댓글 다는 이가 서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또 홈페이지 링크 기능이 있어 ‘댓글’ 단 사람의 아이디를 클릭하게 되면 곧바로 그 사람의 블로그로 연결된다. 이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댓글’은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의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게 되고 그렇게 축적된 지식이나 여론은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 사람의 홈페이지가 아니라 독립적인 하나의 미디어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블로그는 98년 미국에서 등장했다. 초기에는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관심분야나 흥미로운 사이트에 코멘트를 덧붙이는 데서 출발해 자신의 생각과 관심분야의 정보를 올리고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형태로 이어지면서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다.

 국내에 블로그가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께. 당시 에이블클릭이 국내 최초의 상업적인 블로그(http://www.blog.co.kr) 플랫폼을 갖추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텍스트 또는 여론형성 중심의 외국 블로그와 달리 국내 블로그는 동영상·음악·이미지 등 콘텐츠 정보 및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다중 대화방’ 형태로 성장, 발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MP3·디지털카메라·카메라폰 등이 일반화되면서 스스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성하고 운용하는 프로슈머(생산자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소비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블로그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참여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블로그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개성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 과감하며 주변의 일에 참여하는 데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블로그야말로 입맛에 딱 맞는 문화인 것이다.

 여기에 블로그 이용자의 충성도를 활용, 향후 수익모델이나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려는 서비스업체들의 상술이 같이 맞물린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는 네티즌의 폭발적인 호응과 디지털기술의 발전등으로 앞으로도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세이클럽의 한 관계자는 “신세대의 참여지향적인 요소와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어우러져 인터넷 혁명에 또다른 전기를 마련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