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자유통 지도 바뀐다]첨단 복합 쇼핑몰 전성시대

재래상가의 변신, 엔터테인과 결합, 지역분권의 대두 등

 전국 전자 유통상권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가전과 PC·통신기기 등 전자 유통시장을 주도해 온 재래식 집단 상가가 첨단 복합 쇼핑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기치로 전자와 비전자 상품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두루 갖춘 종합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전자 쇼핑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전자상권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전자 유통의 흐름도 서울에서 각 지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자상권의 변신은 전자 유통시장의 변화에서 연유한다.

 90년대 후반 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 등 신흥 복합 전자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전자상권이 급속하게 세분화됐다. 이들 전자 쇼핑몰은 규모 면에서 용산에 못 미치지만 젊은층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과 깨끗한 시설에 넓고 편리한 주차장과 영화관을 갖춰 고객을 끌어 들였다. 여기에 95년부터 급속히 늘기 시작한 할인점은 가전시장을 잠식했고 2000년부터 경쟁적으로 PC와 통신기기를 취급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TV홈쇼핑은 안방 쇼핑의 강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자상가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전자 유통의 새바람은 서울에서 출발했다. 선두 주자는 지난 98년 개장한 테크노마트. 전자 유통점에다 극장·게임장·공연 시설 등 각종 문화 공간을 결합한 테크노마트는 출범 당시부터 집단상가를 대체하는 새로운 유통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테크노마트는 이 여세를 몰아 오는 2005년 서울 신도림역 근처에 총 37층에 연면적 10만여평의 ‘제2 테크노마트’를 설립할 계획이다. 테크노마트측은 강북과 일부 강남 지역에 한정된 전자상권이 서울과 수도권의 서남부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김포공항 자리에 들어선 ‘테크노스카이시티’도 전자 유통점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복합 쇼핑몰로 김포 일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자상권을 형성해 가고 있다. 스카이시티는 연면적 1만2000평에 전자 매장만 450여개가 입주했다. 스카이시티는 서부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동통신 매장을 유치했으며 가전 매장과 브랜드 패션전문점, 가구·인테리어용품 전문몰도 갖춰 백화점에 버금가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신흥 쇼핑몰에 맞서 용산·청계천 등 기존 집단상가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전자상가의 메카’로 불려온 용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전자랜드는 지난 2월 첨단 리모델링 공법을 동원한 증측 공사를 끝내고 8개의 영화관을 갖춘 복합 쇼핑몰로 거듭났다. 용산은 이어 내년 9월 용산 민자역사가 들어서면 명실공히 국내 전자상권을 대표하는 첨단 전자쇼핑 단지로 새로 태어난다. 용산 민자역사 쇼핑몰 ‘스페이스 나인’은 8만2000여평·13개층으로 구성되며 전자 전문점뿐 아니라 대형 할인점 이마트·복합상영관인 CGV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올해 개관 6주년을 맞는 서울 양재동 국제전자센터도 ‘강남의 디지털쇼핑 ‘번지’를 모토로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중이다. 이미 슬로건과 브랜드를 바꾸고 건물 내부 환경도 크게 개선했다.

 청계천 세운상가도 서울시의 복원사업 계획에 따라 IT와 문화산업 집적지로 집중 육성된다. 서울시는 기존 세운상가 일대를 서비스와 문화산업 등 신규 업종을 유치해 도소매 기반의 새로운 멀티미디어 산업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금융과 비즈니스산업 중심지로 무교동 일대를 육성하고 동대문을 의류패션 산업단지로 육성해 이들 지역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이를 위해 업종별 전문 타운 건설, 첨단 물류유통 시설 구축, 정보네트워크 시설을 구축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지역 전자상권 역시 ‘지역 분권시대’를 맞아 경기 불황으로 주춤해진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할인점과 가전 양판점 등 자본과 조직을 갖춘 기업형 대형 유통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전자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대전시를 포함한 중부권은 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맞물려 수도권에 버금가는 전자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백화점과 할인점·가전 양판점이 들어서면서 시장 포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영남권 전자시장은 부산을 맥으로 대형 가전 전속 대리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치열한 상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점까지 가세해 상권 활성화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대구 지역도 대형 할인점과 양판점, 교동 시장과 대구 종합유통단지 전자관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상권 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호남 지역은 아직까지 선두 주자없이 전문 상가와 양판점·대리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호석 스카이시티 회장은 “복합 쇼핑몰이 한 달에 2, 3개씩 생겨나면서 집단상가의 해체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들 첨단 쇼핑몰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자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지방 전자 상권은... 서울 종속 탈피 `홀로서기`

 지방 전자상권은 서울을 정점으로 해 하나의 상권으로 연계돼 있다. 그러나 지방 분권시대를 맞아 지방 전자상권에도 분권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에 신규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지방에서 상권 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며 각 지방 상권도 광역체제에서 지역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먼저 영남권 전자시장은 항구 도시인 부산의 지리적 여건상 일찍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 유명 전자제품의 유입이 많았다. 이는 자연스레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개방적으로 만들었다. 이에 반해 전통성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구 400만명의 부산은 수도권 다음으로 큰 전자 유통시장을 형성하면서 수도권 다음으로 대형 유통점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부산은 일찍부터 가전 양판점이 형성돼 왔고 IMF 이후 가전전속 대형 대리점이 점포수를 속속 늘려가고 있다. 여기에다 대형 할인점이 부산에 신규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부산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대구 지역도 대형 할인점과 양판점·대형대리점·교동시장과 대구종합유통단지 전자관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전자 유통시장의 상권 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호남권은 뚜렷한 선두없이 전문 상가와 양판점·대리점이 치열한 다툼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자 유통업체의 ‘도심탈출 현상’이 심화되면서 매장 규모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최근 추세다.

 특히 광주지역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이른바 ‘백화점 빅3’가 모두 진출해 있는데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이 가전제품 취급을 늘리고 있어 전자 전문상가와 양판점·대리점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대전시를 포함한 중부권은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수도권에 이은 제2의 상권으로 부상하면서 대형 점포가 속속 개설돼 이미 시장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전의 핵심 상권으로 불리는 둔산동 일대에는 올들어 전자랜드21과 삼성홈플러스·한국까르푸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더욱 뜨거운 상권 경쟁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대전의 대표적인 집단 전자상가인 둔산전자타운과 테크노월드는 양판점과 대형할인점 등에 밀려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부산=윤승원기자 sw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