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제품만이 살아 남는다’.
한국 최대 무역국인 미국시장에서의 IT제품 수출실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주요경쟁국 대미수출현황’에 따르면 고부가가치화가 급속히 진행된 휴대전화기와 TV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반도체와 컴퓨터, 가전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무기기·주변기기 및 에어컨의 경우 미국 시장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제품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대미 10대 수출품목 중 우리나라 IT제품의 수출실적과 경쟁국과의 상황을 점검한다.
◇휴대폰=지난해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2.2% 증가하는데 그쳤던 휴대폰의 대미수출은 다기능화·고급화 등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하면서 올 상반기에는 21.3%의 높은 수출성장세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미국의 휴대폰 수입이 지난해 5.4% 증가에서 올 상반기 9.5% 증가를 보인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 격차가 크지 않았던 한국과 일본 제품간 차이가 올해 상반기 들어 벌어지고 있어 한국의 수출실적 증가는 단순히 미국시장 확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은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된 고부가가치 제품의 대미수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이동통신업체들이 영상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고 한국 최대 휴대폰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미국내 5대 이동통신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한국산 고부가가치 휴대폰의 수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TV=미국의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TV 수입규모는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과 대만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높은 대미수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는 평면TV와 벽걸이용(PDP포함) TV 등 고부가가치제품을 앞세운 한국이 상반기 93.6%의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산 제품도 미국 TV시장에서는 PDP 등 고부가가치 수출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브랜드의 생산시설이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의 대미수출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 고부가가치화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반도체=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미국의 반도체 최대 수입국(연간 17.4%)을 기록하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4.5%로 떨어지면서 말레이시아에 1위를 넘겨주었다. 필리핀, 대만과 비교하여도 미미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경쟁국들이 공격적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어 상황은 악화일로다. 현재 반도체 대미수출 상위 4개국의 수입시장내 비중이 각각 12.6∼14.8%를 차지하는 등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내 IT 경기침체로 미국의 반도체 수입규모는 지난해 13.9% 감소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8.1% 감소를 보이는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컴퓨터=미국의 컴퓨터 수입규모는 소폭의 증가세(0.5%)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산 조립품 수입만이 각각 61.3%와 11.9%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낼 뿐, 한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로부터의 수입은 큰폭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중국제품의 수입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능가하는 62억달러를 기록, 수입시장내 비중의 26.1%를 차지해 사실상 미국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멕시코, 싱가포르, 대만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2000년 미국 컴퓨터 수입시장에서 각각 16.7%와 8.7%의 비중을 차지하였던 일본과 한국은 올 상반기 6.8%, 4.3%를 차지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사무기기 및 컴퓨터 주변기기=컴퓨터 주변기기 등 사무기기의 경우 수입시장 규모가 지속적인 위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 제품의 수입이 감소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고가의 일본산 제품만이 수입증가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는 고급화 전략을 서둘러야 미국시장 주요 수출품목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에어컨=지난해부터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에어컨수입시장에서도 중국과 멕시코산 저가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에어컨 수입시장 규모의 성장을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실적은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미국 수입시장 내 한국 에어컨의 비중은 지난 2001년 상반기 20.2%, 지난해 상반기 18.6%, 올 상반기 14.4% 등으로 지속적인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