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레이딩시스템(HTS) 솔루션 업체들이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외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증시불황으로 인해 증권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HTS 투자가 증권사마다 일정 수준에 달해 패러다임의 전환없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마케팅을 벌이던 이전과는 달리 일본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배경=HTS 1위 업체인 두리정보통신은 상반기 동안 약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동안 19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던 것에 비하면 20% 수준에 머물렀다. 후발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시장이 좋아진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불가능한 것이 더 큰 문제다. HTS가 더이상 기술적 진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다. 앞으로 HTS 프로젝트는 일부 기능에 대한 업그레이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두리정보통신 관계자는 “최근 시스템을 계속 개발할 것인가, 서비스 사업을 벌일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생존방안 중 하나가 일본으로의 해외시장 진출”이라고 말했다.
◇왜 일본인가=해외진출의 실질적인 성과로는 한국증권전산의 중국진출이나 두리정보통신의 태국 진출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한 업체가 일본 증권업체와 약 20억원 규모의 개발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두리정보통신은 태국의 한 증권사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더이상의 수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그쪽 시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또한 약 2년 전에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한 중국 증권사는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미래로가는길도 2∼3년 전부터 중국시장을 두드려봤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실적이 없다. 추가수요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 동남아지역이나 사업의 명확성이 뒤처지는 중국보다 경제규모를 갖춘 일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 우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두리정보통신은 최근 일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또 미래로가는길도 엄영환 사장이 직접 일본을 드나들며 수요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진출’ 가능성은 있나=한국증권전산의 김재훈 상무는 “기술적인 측면만 보면 국내 HTS는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통해 까다로운 일본 현지에서도 바로 사용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이버증권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국내 현황을 반영한 HTS의 기술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한일 합작회사인 한국소리마치의 전용대 이사는 “일본 금융업계의 보수성을 고려하면 쉽게 일본 시장 진출을 점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리마치는 HTS를 전면적으로 내세워 영업을 벌이던 이전과는 달리 일부 내부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바꿨다.
전 이사는 이어 “일본이 기술력이 뒤처져 국내 HTS처럼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일본 증권업계의 HTS에 대한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