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한수위`

완제품 역수출ㆍ공급권 잇따라 따내

 한 때 일본의 기술지도를 받았던 세코닉스·게인·삼성전기 등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이 부품왕국 일본에 역수출하거나 경쟁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그동안 일본의 지도에 의존할 만큼 한수 아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간의 기술개발 노력에 힘입어 일본으로부터 카메라폰용 렌즈·초박막 수정발전기(TCXO)·플립칩 기판 등에서 일본 업체들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산자부는 올해 대일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96년의 156억8000만달러를 훌쩍 넘어 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이 중 부품소재의 대일 수입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업체의 이같은 분전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세코닉스(대표 박원희)는 올해 일본 광학 렌즈업체인 세키노스에 카메라폰(CMOS·CCD)용 렌즈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제품을 수출, 광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일본측이 비구면 유리렌즈 3장을 1장으로 압축하는 이 회사의 기술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세코닉스는 단순한 세키노스 광픽업 렌즈 하청업체. 박원희 사장은 “세키노스측 기술을 7년간 배운 후 광픽업용 렌즈보다 기술 난이도가 한 단계 높은 카메라폰용 렌즈 개발에 뛰어들어 2년 전 상용화에 성공, 광학산업 종주국인 일본에 진출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해온 프로젝션 TV용 렌즈를 독자 개발, 올해부터 월 2만세트의 렌즈를 양산할 계획이다.

 게인(대표 성용안)은 최근 핸드폰용 주요 부품인 초박막형 반도체 타입의 세라믹 SMD VC-TCXO을 일본 상장업체인 G사로부터 연간 60만개 가량 공급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고무됐다. 특히 이러한 TCXO는 일본이 전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일 무역적자 품목 중 6위권에 달해 무역적자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품이다.

 이 회사 성용안 사장은 “일본 교세라 등의 은밀한 기술이전 견제 속에서도 TCXO 관련 크리스털과 IC설계기술 등 핵심기술을 일본에서 수년간 연구한 끝에 최근 제품개발을 마쳤으며 이같은 역수출의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성 사장은 또 “이번 일본에 국산품을 수출함으로써 사실상 제품 신뢰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수요를 공략, 교세라등 일본 부품업체와 경쟁관계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도 지난 85년부터 기판분야에서 긴밀하게 기술협력을 맺어 일본 이비덴과 올들어 서먹한 관계로 돌아섰다. 삼성전기는 인텔의 플립칩(flip-chip) 기판 공급권을 놓고 이비덴과 치열한 경합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삼성전기는 플립칩 생산라인 증설에 발벗고 나서 기술 및 가격에서 맞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