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를 비롯해 6개의 전자전문상가가 밀집한 용산 집단상가는 10년 넘게 국내 IT유통의 대표자로 활약하고 있다. 홈쇼핑,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등 신유통채널의 급부상으로 예년에 비해 입지가 다소 위협받고 있지만 도매 등의 핵심 기능은 여전히 용산이 전자유통의 중심이다. 컴퓨터, 부품, 가전 등 각종 제품의 수입원과 대형 대리점이 자리잡고 있어 각 제품이 전국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유통의 출발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6000여곳에 달하는 중소 소매업체들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여전히 막강한 유통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용산 집단상가가 조성된 것은 지난 87년.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 차원에서 당시 용산에 있던 청과물 시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세운상가의 전자 관련 업체들을 용산으로 이전시키면서 오늘날의 용산 전자단지가 들어섰다.
87년 나진전자월드를 시작으로 선인프라자, 전자랜드, 전자타운, 원효전자상가, 터미널전자쇼핑 등 6개의 상가가 잇따라 설립돼 동양 최대 규모의 전자타운을 형성했다. 하루 유동인구가 성수기에는 15만여명에 달할 정도.
◇전자랜드, 전자제품 쇼핑의 왕국=용산 집단상가를 구성한 여러 상가 중에서도 판매나 서비스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곳은 전자랜드다.
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컴퓨터, 가전 전문매장을 오픈한 전자랜드는 올해 영화상영관인 랜드시네마 8관까지 오픈하면서 명실상부한 전자전문 복합쇼핑몰로 자리잡고 있다. 연면적 2만3000평으로 용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컴퓨터, 가전, 통신기기, 게임기 등 완제품에서부터 반도체 부품에 이르기까지 1000여개의 매장이 분포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 등의 양판점을 비롯해 LG전자·삼성전자의 전략 대리점들이 줄이어 들어서 가전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부품 전문매장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및 부품업체들의 대리점들이 자리해 어떤 반도체 부품이라도 구할 수 있다. 또 3층에는 각종 PC업체와 4층에는 이동통신 대리점이 즐비해 정보기기의 전시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제조업체나 수입업체들이 전략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신제품 유입이 빠르다는 점이다.
◇나진전자월드, 가격경쟁력 빼어나=87년 용산에 가장 먼저 들어선 나진전자월드도 규모나 상품 다양성면에서는 결코 전자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모두 9개 독립 건물로 이뤄진 나진전자월드는 많은 건물수 만큼이나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총 1500여개의 매장 가운데 컴퓨터매장이 600여개로 가장 많고 가전 200여개, 이동통신 200여개, 게임기 100여개, 영상음향기기 150여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구와 전기재료·조명·사무기기 매장도 각각 35∼50여개가 입주해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용산의 어떤 상가보다도 많은 종류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다른 상가에 비해 총판이나 도매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인프라자, 국내 PC상가 대표=2개동에 불과한 선인프라자는 규모면에서는 타상가에 비해 열세를 보이지만 1300여개의 매장이 모두 컴퓨터 관련 매장으로 구성돼 국내 PC시장을 대표하는 상가로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 관련 매장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다. 삼성, 삼보 등 유명브랜드 제품에서부터 조립완제품·서버·주변기기·소모품·액세서리 등이 모두 구비돼 있다. 또 PC 관련 대형 도매점들이 대부분 입점해 연중 끊임없이 대량의 물동량이 거래되고 있으며 각종 주변기기업체들의 AS센터도 들어서 있다.
◇터미널전자쇼핑=용산 관광버스터미널로 출발한 터미널전자쇼핑은 용산에 위치해 있는 6개 전자상가 가운데 교통여건이 가장 좋은 상가로 손꼽힌다. 쇼핑센터 3층은 바로 1호선 용산역 개찰구로 이어져 있고 4호선 신용산역으로 나와도 도보로 10분이면 상가에 도착할 수 있다.
총면적 4만4129㎡(지하 3층, 지상 5층)의 터미널 전자쇼핑센터는 점포수 총 450여개(전자 100여개, 컴퓨터 350여개) 규모로 용산역을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5만명, 주말에는 하루 10만명에 이르고 있다. 교통여건과 함께 터미널쇼핑센터가 자랑하는 것은 주차장 시설이다. 1층과 2층에 5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며 상가 옆에는 7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서울시 공영 주차장이 자리잡고 있다.
◇원효전자상가 전문딜러에 인기=원효전자상가는 컴퓨터·전기·전자·조명제품 전문 도매상가로 소비자는 물론 전문 딜러 판매업체들이 많이 찾는 전자전문상가다. 500여개의 전문매장을 보유한 원효전자상가는 특히 최근 경기부진으로 상가경기도 위축되자 고객서비스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외산 가전 서비스센터도 입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전자타운, 성장 거듭=용산전자단지 내 6개 상가 중 가장 늦게 개장한 전자타운은 94년 개장한 이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컴퓨터용품 및 혼수용품 복합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 B 2개 동으로 구성된 전자타운은 연면적 7000평 규모에 컴퓨터 매장 200여개와 가전 및 혼수용품 매장 100여개로 구성된다. 용산전자단지를 관통하는 용호로 뒤편에 위치, 지리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봄·가을 혼수시즌에는 혼수고객을 위한 다양한 판촉행사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격면에서도 전자타운은 타 상가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관리비 등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의 임무선 이사장은 “IT 경기침체와 신유통채널의 급부상, 상권 다변화 등으로 용산 상가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유통채널을 더욱 간소화해 가격경쟁력을 살리는 한편 AS서비스는 더욱 강화해 소비자들이 믿고 용산을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