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로 마감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테라클러스터 프로젝트에는 6개 컨소시엄, 10여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함으로써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한국IBM·한국HP·한국델컴퓨터와 같은 유명 외국업체는 물론 리눅스네트웍스·앵스토롬 등과 같은 국내 미진출 외국업체도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서버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이파워게이트·포스데이타·아이겟리눅스 등 국내 클러스터 전문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벤처기업이 다수 참여했다는 점에서 과거 프로젝트와는 다르다. 더구나 기술력있는 국내업체를 파트너로 잡기 위한 외국업체들의 구애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 업체에 슈퍼컴퓨터시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전통적인 벡터형 방식과 유닉스 병렬처리인 SMP 방식이 주류를 차지해온 시장에서 서버기술이 없는 우리 업체가 참여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는 국내업체들이 처음으로 슈퍼컴퓨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는 의미 외에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꽃피는 클러스터산업의 중심에 국내업체들이 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KISTI 프로젝트 제안서에서 요구된 규격은 그야말로 ‘최소’ 기준이다. 기준 이상의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할 경우 가산점을 받게 된다. 자본논리의 대표적인 ‘기증’과 같은 히든카드가 나올 경우 그동안 거론된 국산기술 논의는 그야말로 허망하게 되어버릴 공산도 적지 않다.
작은 예산으로 알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수요처, 특히 예산에 허덕이는 공공기관의 욕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KISTI가 약속한 ‘절대적인 페어플레이’나 국내기술의 개화는 이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또 다른 결단에서 시작될 것이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보사회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