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단 방북 의미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중소기업인 240여명이 지난 6월 착공식을 가진 북한 개성공업지구를 25일 방문, 남북 경협의 주춧돌을 놓았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박상규 국회 산자위원장을 포함한 240여명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북측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 안내로 공업단지와 배후 신도시를 포함한 2000만평의 개성공업지구 일대를 시찰했다.

 이날 방문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경의선 임시도로를 통해 이뤄졌으며, 북측에서는 황창길 민족경제협력련합회 부회장, 최영구 삼천리총회사 회장, 정명철 개성시 인민위원회 대회렵력사업국장 등이 직접 방문단을 맞아 개성지구를 안내했다.

 직접 공업지구 일대를 둘러 본 중소기업인들은 지리적인 인접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정명철 대회협력사업국장은 “북과 남이 한민족으로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그 첫발을 딛는 개성공단에 투자할 남측 기업인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외국인고용허가제, 주5일 근무제 등의 도입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위치에 놓여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분양가는 평당 10만∼15만원에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며 인건비는 북측과 이미 협의가 완료돼 월 65달러(약 7만8000원)로 결정됐다고 김 회장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분양가 문제가 중소기업들의 개성공단 진출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인들은 현재 분양가가 월 10만원이 넘어갈 경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위치가 생각보다 가깝지만 하이테크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력수급과 사회간접자본설비 등이 생각만큼 원활하게 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병설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다른 모든 제반요건들이 충족되어야만 지리적 인접성, 값싼 노동력 등 개성공단의 강점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대다수 중소기업인들의 개성공단 조성사업의 진척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도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개성공업지구를 방문한 중소기업인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에 기회를 주었다”며 “지난 20일 남북간에 4대 경협합의서가 발효돼 투자보장도 확실해진 상황에서 개성공업지구 입주를 망설일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 사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타계와 관련, “현대아산이 초기부터 개척해 온 사업인 만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는다는 차원에서도 사업주체로서 개성공업지구 개발을 이끌 것”이라며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김영수 회장은 방문을 마치고 귀환하는 도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 사회간접자본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의 자금난을 돕기 위해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에게 ‘현대아산주식갖기 캠페인’을 벌이자고 제안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현대아산측도 공단입주 시기가 너무 늦은 감이 있는 만큼 김치공장 같은 1차 제조업체들이라도 빨리 입주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문단은 개성공업지구에 이어 선죽교 일대와 고려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이날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개성=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