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 시장을 잡아라.”
최근 들어 인터넷전화(IP전화)가 인터넷망의 진화(NGN)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정보기술(IT)업계 최대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 분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사업자들과 장비·솔루션업체들간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음성과 데이터 네트워크를 통합, 음성·영상·데이터 및 유무선 음성통화 등을 하나의 IP 네트워크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최근의 인터넷망(ALL IP)의 진화추세(NGN)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망을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유무선전화서비스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고객과 일반 고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폰의 개발까지 가시화돼 무선서비스시장까지 넘보고 있어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하나로통신 고진웅 상무는 “인터넷전화는 음성과 데이터의 변화추세에 가장 잘 맞는 통신서비스”라며 “최근에는 저렴한 요금과 관리비용 절감, 사용의 편리성 등이 부각돼 통신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서비스시장은 지난해 56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07년께 400억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화 장비·솔루션시장도 지난해 24억달러 규모에서 앞으로 5년간 연평균 44.6%씩 증가해 오는 2007년께는 151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중 통신사업자가 도입하는 장비규모는 지난해 11억달러 규모에서 연간 51% 가량 성장해 오는 2007년께 8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기업이 도입하는 장비·솔루션은 지난해 13억달러에서 연평균 38% 가량 늘어나 오는 2007년 67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과 장비·솔루션업체들이 이 분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통신서비스사업자로는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이 적극 나서고 있다. 데이콤은 이 분야 시장이 오는 2007년께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하나로통신은 이미 인터넷전화망 및 단말기 부문의 투자예산을 전격적으로 책정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선시장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어 아직까지 이 분야 시장 활성화에 소극적인 KT 역시 시장상황에 따라 이 분야 시장에 뛰어든다는 입장이며, 이동통신사업자들 역시 이동전화서비스에 인터넷전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아예 향후 상용화될 휴대인터넷망을 통해 무선인터넷전화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수립, 이와 관련 기술을 개발중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무선인터넷망을 활용해 음성메신저를 이동전화에서 제공하는 ‘푸시투토크(Push to Talk)’ 서비스를 올해안으로 개발,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푸시투토크’는 유선인터넷의 메신저처럼 이동전화의 무선인터넷망에 접속한 이용자끼리 일대일 또는 일대다 음성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주파수공용통신(TRS)의 그룹통화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장비·솔루션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김중원 상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인터넷전화가 새로운 서비스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현재 장비·솔루션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해 제품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차세대 수익기반사업으로 인터넷전화 장비·솔루션시장을 지목하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시스코는 이미 전세계 지사를 비롯해 리셀러들을 총동원, 인터넷전화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폰의 개발을 완료해 휴대폰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시스코에 이어 어바이어·노텔네트웍스·스리콤 등 북미계 기업에 이어 프랑스의 알카텔, 독일의 지멘스 등의 기업들도 지난 90년대 이후 최대의 네트워크장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 장비·솔루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머큐리·애드팍테크놀로지·머큐리·다보링크·브리지텍·H&ST·보이콜 등 업체들도 속속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교환기사업 성공 이후 인터넷전화 장비·솔루션사업마저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중소 전문업체들도 이 분야 시장 주도권을 의식, 장비·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터넷전화 서비스사업자, 장비·솔루션 업체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여전히 법·제도, 기술표준, 장비호환성 문제, 통화품질 제고, 소비자 인식 등이 이 분야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최근 인터넷전화와 관련, 인터넷전화 역무, 번호체계 등에 대한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으로 상호접속과 통화품질, 타역무와 관계 등 법·제도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니 다행”이라며 “무엇보다도 기술진화와 관련해 정책 및 표준 등이 따라줘야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