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24)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모리셔스(하)

 지난 7월 25일 오후 1시. 포트루이스의 외곽도시 로즈힐의 ESJ 사무실.

 ‘단결과 정의를 위한 학교(Ecole pour la Solidarite et la Justice)’라는 명칭의 모리셔스 최대 비정부기구(NGO)의 사무실에서는 5∼6명의 직원들이 새 교육센터 건립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국 인터넷청년봉사단 ‘MIT모리셔스’ 팀이 현지 컴퓨터 교육시설로 활용했던 보바셍(Bear Bassin)교육센터의 설립주체이기도 한 ESJ가 섬 전역에 걸쳐 4곳에 추가로 보바셍과 같은 시설을 설립한다는 계획아래 국내외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는중이었다.

 이들은 교육센터를 거점으로 정보화 소외지역에서 활동할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이 전문가들이 각 마을의 컴퓨터 활용도를 높이는 ‘IT지도자’로 활동하도록 하는 정부 정보화 혁신 프로젝트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ESJ가 추진중인 지역밀착형 정보화 전략과 한국의 정부 또는 기업이 잘 연결된다면 해외정보화에 대한 모범적인 지원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현재 모리셔스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IT기업은 물론 기아자동차·SKC 등이 진출해 활발한 시장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TV부문에서 특히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으며 LG전자도 최근 현지 파트너인 드래곤일렉트로닉스를 창구로 LCD모니터 등의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한국 기업은 수도인 포트루이스를 중심으로 섬 횡단 고속도로변, 주요 건물 등에 각종 옥외광고물을 설치해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면 일본이 최신 컴퓨터 20여대, 각종 보조시설을 갖춰 보바셍 교육센터를 설립하는 데 들인 돈은 과연 얼마일까.

 ESJ 사무총장이자 이번 한국 MIT봉사단의 든든한 현지 서포터가 돼줬던 장 노엘 아돌프씨는 “지난해 4월 완공된 보바셍센터에 일본 정부자금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가 소요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인상, 현지 루피화의 화폐가치 인상 등을 감안하더라도 새로 만드는 교육센터에 들어가는 돈은 12만달러(약 1억4000만원)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기업에 과외의 큰돈일 수도 있고 정부로서는 용처를 확인하기 힘든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교육센터 설립의 주인으로 참여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지대해 보였다.

 일본이 보바셍교육센터의 정문 간판은 물론 깔끔하게 꾸며진 교육실의 컴퓨터, 심지어 책걸상에까지 일장기와 함께 ‘Japon(일본의 프랑스어식 표기)’ 딱지를 붙여놓고 은연중에 전달하는 국력의 크기는 그들이 들인 자금 10만달러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 분명했다.

 당장 우리 기업과 정부가 1억4000만원을 들여 새 교육센터의 설립주체가 된다면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후속효과는 그 금액의 몇배, 수십배에 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봉사단 활동을 통해 해외 현지시설 지원의 필요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염진수 MIT봉사단 팀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어린 지원에 누구보다 목말라했다.

 “봉사의 진정한 효과가 해당국가에서 자리잡고 나타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은 걸린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의 봉사활동이 한시적인 행사로 한번에 끝마친다면 그 효과는 들인 노력 및 비용과는 무관하게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선례처럼 정식 교육센터를 설립할 수 있다면 현지화 효과도 분명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투자 안정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아돌프 총장은 “ESJ는 전적으로 로마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어떤 사리사욕이 개입될 수 있는 단체가 아닙니다. 모리셔스 정부의 교육부·청소년부·환경부 등이 ESJ를 공신력있는 파트너로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수만㎞나 떨어져 있는 지구 반대쪽의 조그만 나라인 모리셔스의 정보화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여러 방향으로 열려있는 듯했다.

 문의 장 노엘 아돌프 사무총장(jna4512@hotmail.com)

 

 <모리셔스의 정보화 수준>

 이제 막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모리셔스는 정보화 초기국가의 전형적인 모습대로 정보화 격차가 실로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포트루이스·큐어피프 등 부촌의 컴퓨터 보급률은 75% 가량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사탕수수 농사에 주력하는 농촌이나 빈민거주지역의 컴퓨터 보급률은 5∼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교육부 등 정부가 나서서 ‘미래 어린이(Future Kids)’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초등학교 등 공교육기관의 컴퓨터 보급이 많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의 컴퓨터 활용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공교육기관의 정보화시설조차 부촌과 빈민지역의 편차가 확연해 사실상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린이가 과반수를 훨씬 넘고 있다.

 인터넷 이용료도 터무니없이 비싸 청소년 등의 인터넷 접근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일부 최고위층이나 국영기업체, 가정에는 ADSL이 보급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아직도 인터넷 접속을 위해서 56K 전화모뎀을 이용한다. 이 전화접속도 한달에 1200루피(한화 약 5만원)나 든다. 일반 가정에서 단순한 인터넷 접속을 위해 지불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런 금액이다.

 ADSL은 한달 이용료가 무려 2500루피(한화 약 11만원)에 달해 대다수 가정은 접근 자체가 원천봉쇄돼있다시피 하다.

 가정에서의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보니 인터넷방과 같은 시설들은 제법 성업중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용료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포트루이스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워터프런트의 인터넷방 체인점인 ‘서비후 넷 숍(Servihoo Net Shop)’은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서비후 이용료는 15분에 70루피(한화 약 3000원)를 받고 있었다.

 

 <인터뷰> 장 노엘 아돌프 ESJ 사무총장

 “이제 설립 3년을 맞은 ESJ는 모리셔스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정보화 진작을 위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로 인정받았습니다. 지역정보화에서부터 빈민촌 컴퓨터 보급지원에 이르기까지 손닿는대로 밀어붙일 작정입니다.”

 이번 한국 인터넷봉사단 활동의 후견인 역할을 맡았던 장 노엘 아돌프 ESJ 사무총장은 모리셔스의 정보화를 위해 어떤 궂은 일도 마다않는 열성파다. 한국 봉사단측의 제안을 듣고 단번에 봉사단 파견을 수락하고 교육센터·숙소 등을 전액 무상으로 마련해준 것도 바로 그다.

 “현재 5∼10%에 머물러있는 빈민촌 컴퓨터 보급률을 1∼2년 안에 40∼5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미 미국 등이 국제지원재단 등의 형태를 통해 모리셔스의 ‘미래어린이’ 프로젝트를 돕고 있습니다. 무조건 원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전문가도 키우고 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당분간 ESJ의 중심역할이 될 것입니다.”

 그는 모리셔스와 한국이 이번 인터넷봉사단의 활동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정보화 동반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듯했다.

 “한국은 국민 누구나 인터넷을 맘놓고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 활용에 대한 인식도 높구요. 이제 그 힘을 해외의 국가들로 널리 전파하는 것이 한국과 같은 나라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인터뷰>주 모리셔스 한국명예대사 노엘 종 아얀

 “지난 96년부터 명예대사직을 수행하면서 그동안 양국간의 교류가 다방면으로 활발해져 큰 보람을 느낍니다.”

 주 모리셔스 한국명예대사인 노엘 종 아얀씨는 모리셔스 고위층내에 몇 안되는 지한파로 꼽힌다. 그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땄고 한국의 모 회계법인과 같은 체인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을 접하게 된 것을 인연으로 명예대사직까지 맡게 됐다.

 “각종 기업활동은 물론 스포츠·교육부문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봉사단 활동도 양국의 교류 폭을 넓히는 데 큰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아얀 대사는 한국 정부나 국민이 모리셔스와 외교·경제적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하기를 기대했다.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과 같은 기구에서 모리셔스의 역할이 늘고 있고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지리적 여건도 훌륭합니다. 한국이 모리셔스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양국 모두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외교관계를 이끌어갔으면 합니다.”

 그는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섬문화축제에 모리셔스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다시 한국을 찾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명예대사는 “IT부문을 비롯해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의 속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모리셔스=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