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용 CPU 수요 저가제품에 몰린다

불황까지 겹쳐 고성능제품 구매 기피 뚜렷

 경기침체에 따른 PC 수요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유통용 마이크로프로세서(CPU) 공급도 저가 보급형 제품에 몰리고 있다.

 28일 CPU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국내 PC용 CPU 판매량의 85% 이상이 클록속도 기준으로 2.4㎓ 이하 보급형 제품에 집중되는 반면 2.6㎓ 이상 고성능 제품은 도리어 연초에 비해 판매가 감소하며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을 과점해 온 인텔 CPU의 경우 펜티엄4 제품군 가운데 시스템버스(FSB) 800㎒를 지원하는 2.4C와 FSB 533㎒를 지원하는 2.4B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저가의 셀러론 시리즈도 2.0㎓, 2.4㎓, 1.7㎓ 등을 중심으로 3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 기존 2㎓ 이하의 펜티엄4도 15%대에 육박하고 있어 저가 보급형 제품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하고 있다.

 반면 전체 판매량의 20%를 웃돌던 2.6㎓ 이상 고클록·고성능 제품 판매량은 연초보다 5% 가량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AMD 제품은 인텔 제품보다 판매편중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전체 제품 중 애슬론XP 제품군 가운데 ‘바톤 2500+’의 비중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특정 제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존 ‘1800+’도 8만원대의 저가 제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운영체제 변화나 업그레이드를 주도할 게임소프트웨어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구태여 고가의 고성능 제품을 구매할 필연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프로세서 시장의 주된 이슈가 클록속도 개선에서 FSB, L2캐시 등으로 다변화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CPU 고클록화를 주도해 온 인텔이 올해 FSB 800㎒ 제품 홍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AMD도 L2 캐시 메모리를 올린 바톤 코어 제품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텔이 판매확대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수익성 위주로 돌아선 것도 고클록 제품 판매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 인텔의 주력제품군 가격대는 130∼140달러였으나 현재 주력제품인 2.4C 제품은 예년에 비해 20달러 이상 높은 16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CPU 수요 자체가 정체된 데다 펜티엄4 제품군에 필적할 AMD 제품군이 없어지면서 인텔이 예년에 비해 높은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CPU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침체와 인텔의 가격정책이 맞물리며 판매편중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3㎓ 프로세서가 주력제품이 되는 시기는 당초 연말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1∼2분기 이상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