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가 28일 발표한 ‘2002 과학기술연구개발활동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연구개발(R&D)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적표’란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해 국내 R&D투자는 투자규모, 연구원수 등 전체적으로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거리가 있음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통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란 참여정부 국정과제를 실현의 ‘자양분’ 역할을 할 국가 R&D의 하부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투자규모=지난해 국내 총 R&D 투자규모는 17조3251억원.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 2001년 2년 연속 16%대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갑자기 7.5%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율이 줄어들고 GDP 대비 비율도 2.92%에서 2.91%로 줄어든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대목은 아니다. IMF의 영향을 받은 98, 99년을 예외로 간주한다면 최근 10년 만에 처음 한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국제비교=지난해 국내 총 R&D투자비를 미화로 환산하면 약 144억달러. 전세계 R&D투자의 1%다. 이는 ‘세계 경쟁력 연감’에 보고된 2001년 미국의 R&D투자비(2823억달러)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웃 일본(1420억달러)에 비해선 10분의 1이며 프랑스(288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GDP 대비 R&D 투자비중은 2.91%로 일본(2.98%)을 제외하고 미국(2.80%), 독일(2.54%), 프랑스(2.20%), 영국(1.85%) 등을 앞질렀다.
◇연구원수=지난해 국내 연구원수는 전년 대비 6.1% 가량 증가한 18만988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IMF당시보다는 6만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증가율은 2000년 18.9%, 2001년 11.9%와 비교할 때 크게 둔화됐다. 노동인구 천명당 연구원수의 경우 6.2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의 부산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2000년 전후에 이미 노동인구 천명당 연구원수가 8∼1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절대 연구원수면에서도 미국(126만1227명)은 우리나라의 8.9배, 일본(67만5898명)은 4.8배다.
기관별 연구원수는 기업체가 11만8160명으로 62.2%를 차지했으며 정부출연연 등 공공기관이 7.4%(1만4094명), 대학이 30.4%(5만7634명)로 조사됐다.
◇연구성격=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기술단계별 R&D투자비 사용은 개발연구(64.6%), 응용연구(21.7%), 기초연구(13.7%)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응용연구비는 줄고 개발연구비는 늘어나는 경향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는 미국, 독일, 프랑스 선진국과는 다소 다른 경향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초연구비가 전체 R&D의 20% 안팎에 달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난해 전년대비 1.1%포인트 가량 증가했지만 선진국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으로도 R&D투자는 기본적으로 기술단계별로 적절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도 이젠 이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기초연구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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