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의 자동차세상](8/끝)시장포화는 자기방어적인 논리에 불과

 많은 사람이 경기가 어렵다며 그 원인을 세계 경제침체에서 찾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8년부터 시작된 미국 경기침체는 많은 분야에 그늘을 드리우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장기불황 속에서도 도요타는 올 상반기 9%의 판매증가를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계 자동차업체의 순위에서 포드를 제치고 올해 아니면 내년에는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핵심 기술을 스스로 개발한다는 단순한 논리에 충실하며 해마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경신하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들이 몰려 있는 유럽시장 역시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은 지난 95년 250만대의 판매대수를 지난해에는 330만대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일궈냈다.

 특히 푸조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가 전혀 없으면서도 이런 놀라운 실적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서유럽 국가의 시장을 늘려왔으며 앞으로는 중부와 동유럽시장도 큰 폭으로 신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신흥시장의 개척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시장을 굳게 닫고 있던 지난 80년대부터 폴크스바겐은 중국시장에 진출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가장 먼저 조인트 벤처를 설립,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지금은 중국 시장점유율 40%를 보이며 2007년까지 중국시장 16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을 얘기할 때 많은 전문가는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지금 전세계 자동차 생산규모는 7000만대인데 판매대수는 5700만대 수준이므로 1300만대 정도가 생산과잉이라고들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과는 동떨어지게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여전히 신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은 물론 유럽에서의 생산규모도 늘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들은 모두 세계시장은 포화상태라는 데 동의했고 그로 인해 앞으로는 400만대 이상 생산하는 메이커 6곳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흔히 말하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그 배경으로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6개 메이커에 들지 못하는 현대자동차도 작년 말부터 조인트 벤처를 통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고 내년 초에는 유럽 현지 공장부지도 결정하게 된다. 같은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도 별도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포화라고 하는 논리는 다분히 자기방어적인 의도가 섞인 표현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얘기다.<끝>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자동차문화발전연합회 사무국장 charleychae@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