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남 무안 백련지

 진흙속에서 피워 올린 순백의 연꽃바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에 자리한 회산 백련지는 주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일제시대 때 축조된 저수지다. 당시에 마을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열두뿌리를 심었는데 그것이 저수지에 가득 퍼져 오늘날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

 진흙속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티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며,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군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상징이나 비유를 굳이 따져볼 일도 없이 물속에서 꼿꼿한 꽃대를 밀어올려 둥글게 벙글었다가 활짝 꽃잎을 펼치는 연꽃은 다른 어떤 꽃보다 우아하고 신비롭다.

 꽃을 보려면 오후보다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혹자는 연꽃을 일러 별의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다고 했는데, 여기서 별의 눈물이란 이슬을 의미한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연꽃은 더없이 아름답다. 연꽃은 해가 떠올라 햇살이 강해지면 꽃잎을 닫는데, 오후 두세시 이후에는 봉오리 형태로 돌아간다.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백련교 입구는 장사꾼들에게 최고로 좋은 목이다. 백련지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다리를 한번씩은 건너기 때문. 음료수며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던 노점상 아주머니가 불쑥 연꽃송이를 내밀며 냄새를 맡아보란다. 꺾어둔 때문인지 봉오리는 입을 다물고 있는데 꽃잎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흘러나온다. 물에 꽂아두면 사나흘은 꽃을 볼 수 있다며 꽃도 보고 꽃 안에 차를 넣어 연차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살 것을 권한다. 한송이에 6000원이면 싼값은 아니지만 이런 곳 아니라면 살 수 없는 물건이라 잠시 고민을 하다가 돌아갈 때 들르마 하고는 돌아선다.

 지난 8월 중순에 백련축제가 있었는데 올해는 수온이 낮아서 꽃이 늦게 펴 축제기간에는 거의 꽃이 없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꽃대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추석을 전후해서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10만여평의 드넓은 저수지에 백련이 가득 피어나면 푸른 숲 위에 날아든 백로떼를 보는 듯 장관이다.

 백련지 주변으로 인근 농민들이나 무안 농업기술센터에서 소규모로 심어둔 연들은 제법 꽃을 피워 올려 활짝 핀 꽃송이나 봉오리, 연밥까지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다.

 축제가 끝났다고 하지만 10월까지는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인지 주말이면 숱한 여행자들이 백련지를 찾는다. 나무로 만들어진 백련교는 저수지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망망한 바다처럼 넓은 저수지에는 한아름이 넘을 정도로 큰 백련 잎이며 부들, 부레옥잠, 물배추, 개구리밥 등 온갖 식물들이 산다. 다리 중간에 1m 정도의 전망대를 만들었는데 기념촬영을 하기에 제격이다.

 저수지 동쪽에 마련된 잔디광장에는 여러 종류의 연꽃들을 수반에 심어 전시해 놓았다. 백련·홍련·물양귀비·수련·물옥잠·가시연 등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다. 연꽃 사진을 찍기에는 저수지보다 이곳이 훨씬 편하다.

 백련지 안에서 하는 보트 타기는 꼭 한번 해볼 만하다. 저수지 안에 길을 내어 보트를 탈 수 있도록 생태체험 코스를 만들었는데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기다. 노를 저어 가면서 연꽃과 잎, 줄기 등을 가까이에서 보고 다른 물속 생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연잎이 머리 위에 드리우기도 하고 물 위로 보이는 잎사귀와 줄기가 그려낸 어지러운 그림도 감상하는 등 바깥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보트 타기는 20∼30분 정도 걸리는데 처음에는 노 젓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백련향에 취해 천천히 저어가다 보면 어느새 코스 끝머리에 닿아 나중에는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잔디광장 한쪽에 마련된 매장에 가면 연꽃이나 연잎으로 만든 여러가지 상품이나 무안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백련의 그윽한 향기가 좋은 연향차와 연화주, 어린 연잎으로 담은 잎주, 연잎차, 향 등 독특한 것들이 많다.

 무안의 건강한 황토에서 자란 양파와 마늘, 고구마, 무안 간척지에서 거둔 쌀, 무안 양파를 먹여 기른 양파한우 등도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연실(씨앗)이나 연근을 구입해 직접 백련을 키울 수도 있다. 백련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키운 것으로 구입하면 연꽃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문의 일로농협 (061)281-3008 또는 무안 백련작목반 (061)281-3218

글/사진=김숙현 여행작가 pararang@empal.com

 ▲찾아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로 나간다. 일로읍 소재지를 지나 820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나들목을 나와서부터 백련지 표시가 잘 되어 있어 표지판만 쫓아가면 된다. 나들목에서 10여분 거리. 무안군 소재지에서 갈 경우 811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30여분 소요. 문의 무안군청 (061)450-5226

 ▲맛집=백련축제가 성황을 이루면서 주변에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백련지 바로 앞에 연잎쌈을 곁들인 유황오리와 연잎부침개를 하는 연방죽 유황오리 식당((061)282-3970)이 있다. 몸에 좋은 유황오리를 푸른 연잎에 싸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연잎을 갈아넣어 초록빛으로 먹음직스럽게 부쳐낸 연잎부침개도 별미. 유황오리 주물럭 2만5000원, 유황오리 훈제구이 3만원, 연잎부침개 5000원. 영산강 하구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장어로 만든 장어구이도 무안의 대표 음식. 영상강변에 자리한 몽탄면 명산리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