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될 이번 세법 개정안은 기업과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감면 그리고 세부담 형평성과 세원 투명성의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인 투자가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업들에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로 시한이 끝나는 79개 기업세금 감면제도 중 12개가 없어지고 17개는 요건이 강화돼 세제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업활동 지원=설비투자 유도를 위해 제조업과 건설업 등 25개 업종의 올 하반기 투자금액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공제율을 종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한다. 또 R&D비용 최저한세 적용을 배제해 대기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 인건비를 최저한세 산출대상에서 3년간 제외한다.
기업이 연구 및 인력개발용으로 미리 확보해둔 자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로서 올 연말에 끝날 예정이었던 인력개발 준비금 비용인정 시한을 2006년 말까지 3년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또 부가가치세 사업자 단위과세를 허용해 전사적 기업자원관리(ERP) 등을 도입해 주 사업장에서 각 사업장을 총괄 관리하는 기업에는 국세청장 승인을 얻으면 사업장이 아닌 사업자 단위로도 신고가능토록 했다.
대기업이 특허권 등 연구성과를 양도할 경우 소득세·법인세를 50% 감면해 주는 현 제도는 보조금으로 해석될 우려를 감안해 예정대로 올 연말 폐지할 방침이다.
◇중기&벤처기업 지원=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2%에서 10%로 인하하며 연구와 인력개발비는 현행처럼 지출의 15%, 혹은 당해연도 지출액이 직전 4년간 평균을 넘는 경우는 초과액의 절반이 공제되면서 오는 2006년 말까지는 최저한세 적용에서 제외한다.
벤처기업에 주식을 현물출자하거나 벤처기업의 자사주와 교환한 경우 실제 처분이익을 볼 때까지 양도소득세에 대한 과세를 유예해 벤처업계 구조조정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또 벤처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해 자산을 취득하거나 비용을 지출한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합병되면 이월결손금 관련 법인세 면제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그동안 제조·건설·물류업 등 28개 업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도 손질했다.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확대를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수도권 밖의 기업에는 30%, 수도권 내 소기업은 20%, 도소매업·의료업 등에 대해 10%씩 일괄 감면해왔던 조세감면 제도를 전면 폐지키로 했다.
◇소비지출 부문=개정안은 건전한 소비문화 양성과 신용카드업 발전을 위해 2003년 12월 이용분부터 신용카드 관련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총급여의 10%가 넘는 신용카드 이용액 가운데 15%만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직불카드와 학원비 지로납부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30%에서 25%로 인하되며 기명식 선불카드가 공제대상으로 추가돼 직불카드와 같은 수준인 25%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또 늦어도 2005년부터는 현금영수증카드제가 도입돼 총급여의 10%를 넘는 사용액에 대해 25%를 소득공제 받는다. 특히 현금영수증제 활성화를 위해 카드거래 가맹점에는 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액을 공제하고 단말기통신망(VAN) 사업자에는 통신비 지원을 위한 세액공제와 단말기 칩 설치지원을 위한 설치비용 세액 공제를 해줄 예정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