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안방극장은 차디찬 바람이 이는 공포물과 어드벤처 액션작들이 함께 어우러져 오랜만에 풍성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가위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작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어 지루한 연휴시간 쪼개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전망이다.
◇온가족이 팬터지 어드벤처의 세계로=9월 출시작 가운데 백미는 단연 ‘반지의 제왕2 : 두 개의 탑’이다. ‘반지의 제왕 2’는 전국 관람객 520만명의 최대 흥행작인데다 웅장한 전투장면 덕분에 출시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9명으로 구성된 반지원정대가 사우론이라는 사악한 세력에 맞서 반지를 지키는 과정을 그린 ‘반지의 제왕…’은 위험과 암흑으로 가득찬 공간에서 각 캐릭터가 펼치는 웅장한 드라마와 액션이 압권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최신작 ‘25시’와 사상 최대의 SF 블록버스터 ‘엑스맨 2’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엑스맨 : 울버린의 전설’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25시’는 젊은 마약상의 마지막 하루를 통해 대인관계, 나아가 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이에 비해 ‘엑스맨 : 울버린의 전설’은 주인공 ‘울버린’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옛 애인 유리코가 등장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웃음과 감동의 도가니로=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곽경택 감독의 ‘똥개’가 제격이다.
철민은 ‘똥개’라는 별명을 지녔다. 인근 고속도로 개통을 둘러싸고 이권사업을 벌이는 ‘오덕만’에게 친구 대덕이 당하고 만다. 형사반장인 철민의 아버지는 냉정하게 수사를 진행하지만 이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철민은 직접 응징에 나선다. 똥개의 단순무식에 반해 의리만큼은 짱인 그의 활약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정우성·김갑수가 열연한다.
‘조시’와 ‘신’이라는 두 남녀가 벌이는 3일간의 침대속 이야기를 그린 ‘베터 댄 섹스’와 결혼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코믹하게 담은 ‘나의 그리스식 웨딩’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그리스인이 아닌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원칙에 맞선 신부의 결혼과정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9월에도 공포는 계속된다=김지운 감독의 두번째 가족괴담 ‘장화, 홍련’과 최민식·송강호 주연의 ‘조용한 가족’은 서늘한 가을기운과 함께 공포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문근영·임수정 주연의 ‘장화, 홍련’은 가족관계속에 숨겨진 공포를 벗겨내는 고전소설 ‘장화 홍련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현대에 복원시키면서도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것이 특징. 수미·수연 두 자매가 서울에서 요양을 마치고 아버지,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첫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다.
‘조용한 가족’은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하지만 첫 손님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빚어지는 사건을 다룬 코믹 공포물이다. 시신 상태에서 암매장됐던 남자가 다시 살아나면서 가족은 살인과 암매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오드리 헵번의 명연기를 감상하고 싶다면 DVD로 선보이는 ‘어두워질 때까지’를 찾아보는 것도 요령이다.해체됐다가 다시 뭉친 사기단의 사기행각을 공포스런 분위기로 묘사한 이 작품은 젊고 순박한 이미지로 굳어진 오드리 햅번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수작이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