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방 처럼 열악한 곳에서 기준도 없이 소량으로 할인해 매매되는 상품권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유통시켜 국내에 건전한 상품권 할인매매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품권 할인전문점 티켓나라(http://www.ticket4488.co.kr)를 운영하는 휴먼넷커뮤니케이션즈의 배필효 이사(34)는 시종일관 상품권의 건전한 유통을 강조했다. 상품권 할인매매 시장이 양성화되면 사고 파는 개인 소비자와 기업은 물론 상품권 발행업체까지 모두가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음성적 거래 관행에 가려 여전히 음지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상품권 시장이 과거 불법 카드깡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시중의 할인매매 업체도 열악한 환경에 있다보니 상품권 할인매매 자체를 불법이나 편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배 이사가 상품권 시장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지난 2000년. 전 직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 일본 시장을 탐방하던 중 성업중이던 금권숍을 알고부터다. 금권숍은 현금과 동일한 모든 금권을 할인매매하는 업체로 상품권은 물론 각종 할인이용권, 항공권과 교통카드, 영화, 콘서트 표 등 매매 가능한 티켓은 전부 갖추고 일정 금액을 할인해 사고 판다. 그는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다. 돌아와서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상품권에 대해 파고들었다”며 “시장 규모와 관련 법규, 종류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그때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새로 시작한 사업은 채 6개월도 안돼 위기를 맞았다. 2년여의 준비 끝에 5000만원의 자본으로 휴먼넷을 설립하고 티켓나라 등 3개의 관련 인터넷사이트를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상품권 유통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
“돈줄이 필요했죠. 이쪽 업계에서 30년 가까이 몸담았다는 터줏대감을 찾아가 동업을 제안했습니다. 3개월 동안 부탁하고 설득한 끝에 결국 터줏대감을 회사 대표이사로 앉히는데 성공했죠.”
설립 만 1년을 갓 넘긴 휴먼넷은 현재 전국에 오프라인 가맹점 15개를 거느린 국내 최대의 상품권 할인매매 전문 업체로 성장했다. 거래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상품권을 새로 발행한 제조 유통기업이 수시로 찾아와 거래를 제안하고 가맹점에는 명절 때면 작게는 10장에서 많게는 수백장의 상품권을 사러오는 수요자로 북적댄다.
“불황 속에 좀더 싼 곳을 찾아 발품을 팔고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상사가 됐지만 할인 상품권 활용 방법은 너무나 모르고 있습니다. 상품권 할인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제 목표는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사고 또 팔면서 이득을 얻는 것이 바탕이 돼야 가능합니다.”
상품권 전문에서 나아가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유가증권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전문유통 벤처기업을 향해 배 이사와 그의 브랜드 티켓나라가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봤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