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전자제품 품질보증 기간·부품보유 기간
회사원 선모씨(25)는 최근 테팔 커피메이커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실수로 커피메이커의 유리컵을 깨뜨려 AS를 요청했는데 국내에는 수리할 부품이 없으니 프랑스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씨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으니 회사측으로부터 “기약해줄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들었다.
선씨는 “전국에 몇백개씩 판매된 커피메이커인데 어떻게 AS할 부품조차 갖고 있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참에 앤티사이트라도 만들어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사실을 알릴 생각”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선씨의 경우처럼 부품이 없어서 제대로 AS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IT제품의 경우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개발되는 반면 기존에 판매한 제품의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해 소비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상담팀 관계자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들의 경우 으레 AS가 부족함을 감안하고 사야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대 히트 상품이면서 대표적인 IT제품인 카메라의 경우 올 상반기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건수만 모두 1472건으로 지난해 전체 접수량 1054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품이 없어서 곤란을 겪는 소비자들은 분통한 마음에 수 많은 게시판에 글을 남기거나 자신이 직접 앤티사이트를 만들기도 하지만 억울함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부품이 없어 AS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이처럼 분통을 삭여야하는 것은 보상을 제때에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일정기간 부품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관련 처벌규정은 아직 없다. 대신 소비자들이 정해진 절차를 통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해당업체와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재경경제부 고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제품별로 의무적으로 부품보유기간을 정해놓아 수리에 문제가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또 ‘소비자보호법시행령’ 제10조(일반적 소비자피해보상기준)에는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한 이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에 ‘품질보증기간 이내’이면 동종물품으로 교환하되 동종물품으로 교환이 불가능한 때에는 환급해야 하고,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구입가를 기준으로 정액 감가상각한 금액에 100분의 10을 가산하여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보원 법제연구팀 김성천 팀장은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소비자들이 법에 정해진 대로 권리를 찾기에도 힘들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