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기업 `쌍끌이`마케팅

토종 전문업체 시장 입지 크게 위협

 ‘대기업으로부터 중견,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고객들에게 다가서라.’

 다국적 정보기술(IT)업체들이 기업 정보화 시장에서 고객의 외형을 불문하는 저인망식 영업·마케팅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정보화 수요가 포화상태에 근접한데다 중견·중소비즈니스(SMB : Small Medium Business)용 IT솔루션의 보급확산을 위한 시장여건이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정부기관들이 중소기업의 IT화 사업에 대한 지원영역을 전사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등으로 확대하고 KT,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형태의 사업모델을 전개하면서 다국적 IT기업들의 중소기업 정보화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다국적 IT업체들이 선보였던 SMB솔루션은 실질적으로 연간 매출이 최소 1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들에게 적합했을 뿐 소기업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는 ‘60평형 아파트에 적합한 인테리어를 10∼30평형 주택에 우겨넣는 꼴’의 사업모델이 가져온 한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

 하지만 다국적 IT업체들은 9∼10월중에 소기업에 적합한 IT솔루션·컨설팅·구축서비스 모델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시장공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소기업용 솔루션을 개발해 SMB 사업전략의 기본 틀을 완비, 본격적인 시장공세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시장경쟁력을 배양해온 국산 IT솔루션업체들의 입지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들어 전자부품·자동차부품 등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국산 대 외산이 대결하는 구도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ERP 분야에서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가 소기업 정보화 시장으로 월경을 본격화, 중견기업용 시장진출 의지를 다져온 국내업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 주목된다.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은 이르면 10월부터 중소기업 고객확산을 위한 전용 ERP로 새로 개발한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을 국내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이 회사는 소기업을 위한 특별제품(스페셜 에디션)으로 10∼40일 내에 ERP를 가동해 IT 총소유비용(TCO)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SAP코리아(대표 한의녕)도 9월 중에 소기업용 ERP인 ‘마이SAP 올 인 원’의 전국 로드쇼를 개최하고 10월부터 시장에 내놓는다. 이를 위해 마이SAP 올 인 원을 공급·구축·서비스할 9개 전문 협력(채널)사를 새로 확보하고 3개월 이내로 구축을 완료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박훈기 SAP코리아 상무는 “SAP가 30년간 농축한 ERP 기술 50%, 국내 전문협력사의 구축 노하우 30%, 고객의 요구에 대한 맞춤(커스터마이징) 20%의 구조로 한 발 앞선 SMB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시장선점을 자신했다.

 공급망관리(SCM)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을 향한 다국적 IT업체들의 시장진출 의지가 뚜렷하다. 특히 외국 SCM 공급업체들은 KT의 IT솔루션 ASP사업인 ‘비즈메카’ 및 대한상공회의소의 ‘SCM 보급사업’을 소기업 시장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태세다.

 i2테크놀로지코리아(대표 형원준)가 지난해 중견기업용 SCM인 ‘프론토’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 소기업용인 ‘프론토 라이트’를 추가,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맞춤형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결했다. 한국EXE컨설팅(대표 김형태)도 오는 10월부터 소규모 물류기업을 겨냥해 KT 비즈메카를 통한 SCM ASP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김형태 사장은 “IT 인프라 구축예산이 취약한 중소기업들로서는 기본적으로 대형 프로젝트인 SCM체계를 독자적으로 완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ASP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다큐멘텀코리아(대표 유영훈)가 25명, 50명 단위로 개발한 기업콘텐츠관리(ECM)솔루션인 ‘워크그룹 패키지’를 내세워 소기업 시장에 진출했으며 허밍버드코리아(대표 길경수)도 윈도NT로 최적화한 지식관리·문서관리·기업포털 솔루션을 소기업에 맞춰(커스터마이징) 제공하는 등 다국적 IT업체들의 저인망식 시장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정진영 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