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전세계 IT경기 예측의 바로미터이자 IT전도사인 크레이그 배럿(Craig R. Barrett) 인텔 사장(CEO·64)이 지난 28일 저녁 방한했다. 말레이시아·대만·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순방길에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 들른 것. 한국에는 인터넷 버블이 한창이었던 지난 2000년 10월 ‘e비즈니스 포럼’ 참석을 위해 찾은 뒤 3년만이다.

 배럿 사장은 29일 아침,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스(SARS)와 이라크전쟁 이후의 회복세가 본격화한 것인지는 몰라도 개학과 계절적 수요가 여느 해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IT인프라 투자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다”

 배럿 사장의 첫 마디다.

 “그럼에도 여전히 4분기나 내년 1분기 같은 가까운 미래의 전망치나 PC교체수요가 언제 본격화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완전한 회복을 장담하지 못해 여전히 보수적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최근 3분기 실적전망을 기존 69억∼75억달러에서 73억∼78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인텔에 쏠리는 최대 관심사는 PC시장에서의 윈텔이 구축한 지배력을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융합되는 이동통신시장에서는 최대 사업자라도 6∼7% 밖에 점유하지 못하는 등 그 누구도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인텔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중점적으로 기술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퀄컴·TI·ST마이크로·삼성전자 등을 거명하며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지만 최종 승자는 훌륭한 기술과 제품력, 가격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 역시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이드밴드·플래시메모리·임베디드 프로세서·광반도체·디지털신호처리 등의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지난 35년간 쌓아온 집적회로 기술로 ‘마니토바’와 같은 원칩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마니토바는 이동통신에 적합하도록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원칩이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는 MS와 윈도CE 운영체제(OS)를 통해 협력하고 있지만 심비안, 팜, 리눅스 등 다양한 OS업체와도 함께 협력중입니다. MS 뿐만 아니라 어느 운용체제도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기 힘든 만큼 인텔의 아키텍처와 호환이 잘 되는 업체라면 누구와도 협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 인텔이 주력할 새로운 분야에 대해 ‘헬스케어’, 즉 ‘바이오테크놀러지(BT)’ 분야를 꼽았다.

 “PC에서 무선통신, 홈네트워킹으로 진화하고. 여기에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헬스케어 부문이 새롭게 추가될 것입니다.”

 “단백질, 바이러스, 분자 등 의료과학에 필요한 요소들을 반도체 디바이스와 연결해 인체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약물효과가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연구소에서 집적회로 기술을 이용해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컨버전스시장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인텔의 창시자인 고든 무어가 주창한 ‘무어의 법칙’이 새롭게 적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PC용 CPU가 고속화되는 것만이 아니라 휴대폰·PDA·디지털카메라·컴퓨터·보이스레코더 등 다양한 전자·통신기기들이 ‘무어의 법칙’에 따라 다른 기능의 트랜지스터가 집적화되고 기기 자체의 성능과 기능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데이터통신이 확대되면서 휴대폰의 프로세싱 파워와 플래시메모리의 집적도가 매년 높아지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결과라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최근 경쟁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시장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지난 20년간 엔진제어·브레이크 등에 필요한 마이크로컨트롤러와 플래시메모리 등을 공급해왔지만 주력 분야는 아닙니다”

 배럿 회장은 한국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무선통신·초고속인터넷·디지털홈 네트워크 등 IT인프라가 가장 잘 닦여져 있고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기술인력이 많아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이번 방한에서 그는 한국에 R&D센터를 설립키로 했고 삼성·KT·SK 등과 함께 디지털 홈 및 무선통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R&D센터를 통해 디지털홈, 컨슈머CPU, 무선통신 등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신규 주파수 활용방안도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공동 보조를 취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 및 업계와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구성해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융합되는 무선통신·디지털홈 등의 분야에서 지배력을 발휘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배럿 회장은 그러나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생활수준이 높고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역시 상당히 높아 공장 설립에 여러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IT R&D센터가 한국에는 더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그의 관심은 매우 높다.

 “아시아는 높은 교육열에 좋은 기술인력이 많은데다 인구도 많고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기회도 많습니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그는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 말레이시아·대만·중국 등에 후공정 공장을 확충하거나 추가 설립하고, 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35년뒤 인텔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요즘처럼 기술발전이 급속한 상황에서는 인텔 뿐만 아니라 누구도 단 1년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내 인텔의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처럼 집적회로 기술과 반도체 제조 및 R&D업체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CEO) 주요 약력

 -1939년 8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출생

 -57∼64년 스탠포드대학 재료공학 학사·석사·박사

 -64∼74년 스탠포드대학 부교수

 -74년 기술개발엔지니어로 인텔 입사

 -84년 인텔 부사장

 -90년 인텔 수석 부사장

 -93년 최고운영책임자(COO)

 -98년 최고경영책임자(CEO)

 

 *논문: 재료의 속성에 대한 미세구조의 영향 등 40여편

 *저서: 재료공학의 원리(대학교재)

 *대외활동:21세기 국립수학 및 과학교육위원회, 미국해외경제정책위원회 위원,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세마테크, 국립삼림재단 이사회 이사

 *가족사항:부인 바바라 배럿과 1남1녀

 *취미:몬태나주 트리플 크릭 목장에서 낚시, 승마, 하이킹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