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시스템을 오픈시스템으로 부르는 것은 메인프레임이나 전용OS가 주도했던 컴퓨팅 환경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개념에서 출발한 표현이다.
‘범용 칩’이라는 말 역시 같은 유닉스 계열이지만 밴더별로 칩과 OS를 각각 만드는 현재 서버 시장상황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칩과 OS를 각 서버 밴더별로 제조하는 것이 아닌 밴더와 무관한 전문회사에서 만들어 제공한다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범용칩 서버시대에서 서버업체는 전문업체로부터 칩과 OS를 받아 마치 데스크톱PC나 노트북을 만드는 것처럼 서버를 제조하는 상황이 된다.
10여년전만 해도 이런 시장 상황을 점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서버 범용칩 시대는 일부에서 ‘산업표준칩’이라는 다소 성급한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서버 시장의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일명 ‘서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움직이는 힘으로 등장한 범용칩. 여느 IT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술에 대한 수용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 IT 수요자들의 관행을 돌이켜 볼 때 범용칩 기반의 서버시장 개화 역시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히려 업계의 관심은 국내에서 전용OS 시장을 무너뜨리고 서버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기까지 유닉스가 걸린 시간이 15년이라 할 때 범용칩이 유닉스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로 단축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 왜 범용칩인가 = 아이테니엄 전략이 성공할 것이란 주장의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한 사이클당 최고 6개의 인스트럭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병렬처리 능력이 뛰어난 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 아키텍처가 현재의 RISC 기술을 앞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HP의 관계자는 “다양한 공인 벤치마크 성능 평가 결과에서 아이테니엄2 기반의 HP의 인테그리티서버가 RISC 칩기반 서버의 성능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HP, IBM을 포함한 7개 이상의 주요 서버업체들이 아이테니엄 칩 기반의 서버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논리를 반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근거는 1.5∼2년마다 프로세서 집적도가 2배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에서 찾아 볼수 있다. 단일업체가 프로세서 개발 및 생산을 전담하는 수직계열 구조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프로세서 개발 및 생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업계표준’ 아키텍처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됐고, HP·인텔 등이 자사의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수평적 협업구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아이테니엄 서버는 기존 인텔의 제온 칩 탑재 서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능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고성능, 고가용성, 확장성 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적합하도록 고안됐다.
◇ 소형서버에서 엔터프라이즈 영역으로 = 범용칩 기반의 서버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낯선 용어가 아니다. NT서버나 윈텔서버로 그리고 몇년전부터는 ‘인텔아키텍처(IA)’ 기반의 서버라는 표현이 표준화된 말로 사용될 정도로 범용칩 기반의 서버는 기업 프론트앤드 업무를 장악한 지 오래다. 이미 90년대 말 닷컴붐과 함께 엄청난 시장을 일으킨 인터넷 비즈니스에는 소형 유닉스서버와 함께 IA서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IT 인프라로 각광받았다.
올해 예상되는 IA서버 시장 규모는 6만1천대. 지난해 5만6천여대에서 다시 10% 성장한 규모다. 국내 전체 서버시장이 1조5천억여원이라고 할 때 44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IA서버 시장은 국내 전체 서버시장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유닉스를 위시한 중대형 서버시장 진입을 노리는 범용칩 서버는 국내 전체 서버시장의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 기업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정조준 = 최근 들어 범용칩에 대한 관심은 그 세력이 IA서버가 차지한 업무영역에서 한 걸음 더 내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사용되는 서버 플랫폼은 대부분 64비트 환경으로 현재 대형 서버업체들은 90년대 중반부터 64비트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텔이나 AMD와 같은 칩 제조 전문업체들의 64비트 칩 출시는 기업의 핵심 서버시장을 정조준하기 위해선 필연적인 선택이다. 여기에 HP와 같은 대형 업체들이 이들 신흥세력과 연합하면서 새로운 서버시장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인텔 칩이나 AMD 칩이 장착된 서버가 은행이나 일반 기업의 DB서버로, ERP나 CRM과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때가 머지 않아 도래할 전망이다.
◇ 아이테니엄·옵테론 지원 세력 잇따라 = 인텔이 첫 64비트 칩을 발표한 후 2년이 지난 올 7월. 인텔코리아는 64비트 칩 아이테니엄2 3차 버전인 ‘매디슨(코드명)’을 출시했다. 서버 진영 중 가장 앞장서 아이테니엄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HP가 ‘인테그리티 서버 슈퍼돔’이라는 64웨이급 하이엔드 아이테니엄 서버를 선보였다. 레드햇을 비롯한 리눅스 진영과 오라클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진영이 아이테니엄 지원 OS와 솔루션을 출시한 데 이어 시장 동인의 절대변수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도 드디어 64비트 인텔 칩을 지원하는 ‘윈도서버2003’을 공식 출시했다.
64비트 진영의 또 다른 주자인 AMD코리아도 64비트 칩 ‘옵테론’을 국내에 선보이며 시장 개척에 동참했다. 서버 진영의 경우 칩 결함을 이유로 제품 출시를 연기한 LG IBM도 한국HP에 이어 매디슨 칩이 장착된 ‘x455’를 아이테니엄 서버의 첫 모델로 출시했다. 고성능그래픽전문기업인 SGI나 무정지시스템 스트라투스테크놀로지도 아이테니엄에 기반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닉스 대신 하이엔드 윈텔서버를 전략적으로 택한 유니시스도 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하이엔드 IA서버 시장이 개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며 선발사업자의 위치를 강조하고 있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
◆AMD, 옵테론전략 서버시장 먹힐까
지난 2001년 10월, AMD는 미국 산호세에서 개최된 마이크로프로세서 포럼에서 자사의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아키텍처인 코드명 ‘해머’를 발표하면서 이 아키텍처가 미래의 프로세서 제품군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존 x86 명령어 체계에 기반해 32비트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됨으로써 기업들이 기존 32비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보호하고 적절한 시기에 64비트 컴퓨팅 환경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해머 아키텍처는 1년 6개월여 만인 올 4월 ‘옵테론’이란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32비트와 64비트 컴퓨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옵테론 칩은 기존 32비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쉽게 64비트 컴퓨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 이전(마이그레이션) 경로를 제공한다. 즉 기업 환경이 64비트로 전환할 때 OS는 바꾸더라도 크리티컬한 DB나 웹서버 분야가 가장 먼저 64비트를 필요로 한다. 나머지 분야는 아직 32비트로 충분하고, 옵테론은 64비트 OS에서 32비트와 64비트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애뮬레이션 없이도 한 기업 내에서 두 가지 시스템을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32비트 서버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측은 32비트와 64비트 동시 지원이라는 옵테론의 특징은 결국 자사가 이미 구축해 놓은 32비트 시장에 새롭게 들어오는 의미 이상이 아니라고 폄하한다. 64비트 옵테론 지원 OS도 아직까지 출시되지 않은 데다 다른 솔루션의 준비 상황도 아이테니엄 지원 수준에 비해 현격히 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MS의 옵테론 지원 OS는 조만간 베타버전이 나오고, 내년 초 정식 버전이 출시될 예정으로 IA 진영에 비해 훨씬 늦다. 리눅스는 MS 보다는 앞서 있다. 수세 리눅스의 경우 제품이 출시됐으며, 3분기에 수세 리눅스 8.2버전과 8.3버전으로 업그레이된다. 국내의 경우 한컴리눅스에서 옵테론 데스크톱 및 서버 시스템 지원을 위한 리눅스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이달 25일 데모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IBM의 DB2를 필두로 CA, 선 등에서 64비트 지원을 발표한 상태. 시뮬레이션, 통계 분석 및 클러스터 컴퓨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 엑셀레온이나 PDF 솔루션스(PDF Solutions), 스테이터 코퍼레이션(Stata Corporation) 및 스트림라인 컴퓨팅(Streamline Computing)에서도 지원 의사를 발표했다. 레드햇은 코발런트(COVALENT)와 옵테론을 지원하는 아파치 웹서버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밖에 유수의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인 3DLabs, ATI, 매트록스, SiS 등이 앞으로 출시될 옵테론 및 8세대 AMD 애슬론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AMD코리아가 밝힌 옵테론 시장은 우선 32비트 환경에서 대역폭을 제한받고 있는 클러스터, 보안 및 통계 분야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가 최근 두 개의 대형 리눅스 클러스터에 옵테론 칩을 채택했다. 이 시스템에 들어가는 옵테론 칩은 3300개에 이르며, 의학·환경 및 국가 방위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에 이용될 예정이다. 또 옵테론 칩 2800개 이상이 포함돼 11.2 테라플롭스의 성능을 구현하는 ‘라이트닝’ 클러스터 수퍼컴퓨터는 국가 핵무기 비축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국립핵안전위원회(NNSA, 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의 ASCI(Advanced Simulation and Computing program)의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상용 서버시장의 경우 중국 선두 서버업체인 여명정보산업(Dawning Information Industry Corp. Ltd.)에서 옵테론 100/200 칩에 기반한 1웨이 및 2웨이 서버 시리즈를 발표할 예정이고, 중대형 서버업체인 IBM도 e서버 325 모델로 옵테론(246)을 장착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 수퍼컴퓨터 제조사인 크레이에도 1만 노드의 옵테론 칩을 사용한 수퍼컴퓨터 ‘레드 스톰’을 제작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는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 단일 업체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게임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보급되고 있다. 유니와이드 외에도 일부 국내 업체와 LG IBM이 조만간 옵테론 서버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