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 휴대폰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4개국에서 세계 휴대폰 시장의 90%에 해당하는 4억대 가량의 휴대폰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이 원가절감및 중국시장등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등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면서 아시아의 휴대폰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에게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기지의 ‘바통’을 넘겨 주는 등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 세계 최대 생산기지로=중국은 지난해보다 42% 가량 늘어난 1억7000만대 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8년 800만대에 불과했던 중국 휴대폰 생산량은 5년만에 20배가 넘는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이 현지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다 중국의 로컬업체들이 저가 모델 생산을 크게 확대,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 △값싼 노동력 △세제 혜택 등을 앞세워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의 생산공장을 독식중이다. 올해에만 모토로라 5000만대를 비롯해 지멘스 1500만대, 삼성전자 1000만대 등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이 현지 생산량을 집중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한국은 제조 공동화 우려=중국이 CDMA 서비스를 도입하기 전까지만도 한국은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국이었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힘입어 미국에 휴대폰을 수출하면서 제조강국의 명성을 얻었다.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노키아는 한국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모토로라도 ODM 등을 통해 한국에서 물량을 조달했다.
하지만 중국이 CDMA 시장을 개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이 조인트벤처나 직접 투자를 통해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시작으로 팬택, 텔슨전자 등도 가세했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중국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과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현지 합자회사 설립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맞물리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주요 휴대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한국 휴대폰 제조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마당에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같은 해외 업체들이 국내 생산공장에 대해 메리트를 갖겠느냐”며 “해외 업체들마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경우 국내 휴대폰 생산 공동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떠오르는 일본, 대만=이에 비해 일본과 대만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일본은 휴대폰 시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은 카메라폰을 앞세워 올해 자국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0∼25% 늘어난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도 PC에서 휴대폰 조립으로 전공과목을 바꾸면서 올해 5000만대 가까운 휴대폰을 생산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휴대폰 생산 환경은 한국과 일본이 최첨단 휴대폰 생산기지로, 중국과 대만은 저가 제품 생산 공장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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