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부활할 것인가.
지난 2001년을 전후해 삼성전자와 크고 작은 마찰로 거래가 중단돼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여온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일제히 흑자로 전환, 재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관계가 악화된 업체들은 미래산업·주성엔지니어링·파이컴·라셈텍 등.
이들은 한 때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매년 수십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장비 명가’로 유명세를 탔던 스타기업들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거래가 중단되자 하루 아침에 마이너로 전락한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주성엔지니어링과 미래산업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각각 875억원과 733억원에 달했으며 파이컴과 라셈텍도 2001년부터 매년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신규 사업 발굴,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올 상반기 하나같이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나며 흑자기조로 돌아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표 참조>
업계에서는 이들의 선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 것도 주효했지만 경영난 타개를 위한 눈물겨운 자구 노력이 실효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래산업이 미국 샌디스크, 독일 인피니온 등 해외 유력업체로 거래선을 다변화한 것이라든지, 주성엔지니어링이 LCD 핵심 제조장비인 화학기상증착기를 국산화한 것은 눈부신 성과로 꼽히고 있다.
파이컴과 라셈텍이 각각 LCD, LED, PDP 등 차세대 성장산업에 발빠르게 진출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관계 악화가 오히려 자생력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치열한 영업활동과 제품개발, 구조조정 등 생존을 위한 일련의 몸부림이 결론적으로 국내외 거래선 다변화, 앞선 기술력 확보, 군더더기 없는 조직 등 내실경영으로 이어졌다는 것.
올 상반기 이들의 실적이 ‘반짝 선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무게를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관계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행여나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삼성과 결부된 언급 자체를 피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내실 경영도 좋지만 메모리와 LCD분야 세계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와 관계 회복은 더할나위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눈물겨운 자구책으로 재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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