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주소창이 만들어내는 수 천억원대의 시장’
영문이 주도해온 국내 도메인 시장에 한글, 숫자, 기호 등으로도 접속이 가능한 확장형 서비스가 대거 쏟아지면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확장형 서비스는 단순 도메인이 아닌 검색 마케팅, 키워드 광고, 콘텐츠 브랜딩을 포함한 복합 서비스 형태를 띠고 있어 도메인 시장을 크게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검색 광고 등으로 큰 매출을 거두고 있는 포털 및 키워드광고 대행사들의 영역을 잠식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어 기존 사업자들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 신규 사업자들 잇따라 등장=이제까지 국가 도메인 운영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및 공인 등록 대행업체들이 주도해온 도메인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99년부터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넷피아 뿐만 아니라 마이별닷컴, 미니코리아, 한글키워드정보센터 등이 확장형 도메인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 서비스가 도메인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도메인의 역할이 해당 IP주소를 가진 사이트로 접속시켜준다는 점에서 도메인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미니코리아(대표 권용호)는 최근 후킹기술을 이용해 클라이언트 PC에서 입력한 키워드값을 인식, 로컬 데이터값과 비교한 후 해당 사이트로 이동시켜주는 기술을 개발, 시장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미니코리아의 서비스는 주소창에서 관련 사이트 키워드를 입력하면 도메인처럼 접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검색창에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독특한 방식으로 광고주의 배너광고를 보여준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별닷컴(대표 송재형)의 점별 서비스 모델 역시 기존 도메인 영역을 파괴하는 새로운 서비스. 점별은 별(byul)이라는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이용해 영문과 한글 등 단어형 도메인은 물론 숫자, 기호, 이모티콘, 띄어쓰기까지 등록이 가능한 서비스다.
후이즈 및 아이네임즈가 출자한 한글키워드정보센터(대표 전민원)는 넷피아와 유사한 모델의 한글키워드 도메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도메인 변형 업체의 출현은 그 동안 .kr, .com, .net 등 일부 정형화된 형태로 제공돼온 도메인 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도메인이 아닌 마케팅 툴로 접근=이 같은 움직임은 한글 키워드가 새로운 마케팅 툴로 각광받으면서 도메인 영역과 접목하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신규 서비스들이 겉으로 보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도메인 형태를 띠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브랜딩 광고와 콘텐츠 검색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서도 감지된다. 특히 기존 영문 도메인의 경우는 해당 주소에 대한 규정의미가 강할 뿐 기업을 알리거나 상품 브랜딩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지만 키워드의 경우는 이미 포털 검색광고를 통해 1000억원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시장창출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기대사항이다.
검색 도메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마이별닷컴의 송재형 사장은 “그 동안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으려면 검색창에서 키워드를 입력하거나 주소창에서 도메인을 입력해 해당 사이트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 같은 몇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이 원스톱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점별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니코리아 권용호 사장은 “이제 도메인 및 검색 서비스도 한차원 높은 지능형 모델이 나올 시점”이라며 “미니코리아의 서비스는 사용자에게는 접속의 편리함을, 광고주에게는 강력한 브랜딩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역다툼 점점 치열해질 듯=이에 따라 기존 도메인 업체들은 물론 검색광고를 하고 있는 포털 및 키워드 광고 업체들도 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니코리아의 경우는 자사 서비스가 상용화될 경우 도메인 서비스와 타깃 마케팅이 모두 가능해져 한글.kr 서비스는 물론 넷피아의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마이별닷컴 역시 콘텐츠 검색광고 시장의 일정 부분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글키워드정보센터는 아예 넷피아와 유사한 한글키워드 모델로 넷피아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이미 다져놓은 시장 기반이 있는데다 이들 신규업체들의 서비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시장 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M&A나 전략제휴 같은 변수가 등장할 경우는 위협세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넷피아의 한 관계자는 “함께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출혈경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