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이 최근 기승을 부린 웰치아 웜을 막는 과정에서 애꿎은 사용자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ISP들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다가 문제가 확산되자 슬그머니 이 조치를 철회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3일 하나로통신·KT·두루넷 등은 웰치아 웜을 막기 위해 인터넷 데이터 전송 방법 가운데 하나인 ICMP(Internet Control Message Protocol)를 차단했다. 그러나 ICMP를 차단하면 일부 P2P서비스나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고 또 서버 관리자의 경우 원격지에서 네트워크 상황을 관리하기 어렵게 된다.
ISP들은 이 사실을 사용자에게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문의해온 일부 고객에게만 선별적으로 통보함으로써 상당수의 네티즌과 서버 관리자가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ISP들은 지난 29일 서둘러 ICMP 차단을 풀었지만 이 사실 역시 고객에게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대응센터 조경원 연구원은 “웰치아 웜을 막는 대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배포하는 윈도 보안 패치 파일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ISP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지나친 대응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김영규 씨는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포맷하려고 하던 차에 그 사실을 알게됐다”며 “최소한 고객에게 공지를 해야 하는 것이 서비스 제공 업체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하나로통신 고객지원실에서는 “네트워크 부하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외망과 일부 지역에서 ICMP를 막았다”며 “고객에게 제대로 공지를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