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디지털 방송주파수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40여년 동안 아날로그 방송 주파수를 선점한 일본측의 전파 월경으로 피해 줄이기에 전전긍긍하던 한국이 디지털 방송은 먼저 시작, 양국의 처지가 역전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정책당국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채널 34로 디지털TV(DTV) 시험방송을 시작한 울산MBC의 방송전파가 일본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까지 침범하자 일본 총무성이 한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3면
일본 총무성은 지난 7월 정통부와 가진 비공식 회의에서 울산MBC의 무룡산 방송국에서 송출한 방송 전파가 일본 남부지역의 후쿠오카와 히라도섬에서 방송이 가능한 주파수로 인정되는 41㏈㎶/m를 훨씬 상회하는 75㏈㎶/m로 월경, 해당지역의 아날로그 방송시청을 강하게 방해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상파DTV 허가를 받은 주파수중 일본으로의 월경이 가능한 주파수는 울산 무룡산의 6개 채널과 창원 불모산의 4개 채널, 부산 황령산과 제주 견월악의 각각 5개채널이다. 정통부는 한·일간 방송 주파수 선점 경쟁에 대비, 지난 6월 필요 주파수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국제등록을 마쳤다.
아직은 실험방송이나 우리나라가 본 방송을 일본보다 먼저 실시하면 UHF 채널 14∼60번중 19개 채널을 선점하게 된다. 일본은 남부지역에서 이 채널들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다른 채널을 사용해야만 한다. 방송을 먼저 시작한 국가가 기득권을 갖는 관행상 오는 12월부터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지상파DTV 방송을 시작하는 일본에 비해 약 2년간 앞선 한국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이재홍 정통부 방송위성 과장은 “한·일 양국 모두 DTV로의 완전 전환시까지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을 병행해야 해 방송 주파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협조를 요청해왔으나 주파수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방송주파수의 경우 먼저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선점을 인정하는 ITU 국제 규정상 일단 우리나라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본방송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방송 주파수를 일본에 다시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에 비해 방송국 수가 적은 한국이 일본보다 늦게 시작한다면 부산·울산·제주 등 남해안 지역의 지상파DTV 주파수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지상파DTV 전송방식을 변경할 경우 주파수 전면 재배치에 따라 방송개시가 약 2년간 지연될 수 있으며 DTV 주파수를 내줄 위기에 처한다.
이와관련, 양국 정부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제2차 한중일 IT장관회의’ 디지털방송 부문에서 양국 사이의 지상파 DTV 전파 월경에 대해 정식논의할 계획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